국내 연구팀이 전이성 췌장암, 유방암, 위암 환자의 복수와 흉수 검체를 활용해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종양조직 검체로만 구축하던 오가노이드의 활용도를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립암센터는 오가노이드 연구팀이 암 환자의 복수와 흉수 검체로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IF 5.036) 최신호에 실렸다.
암 오가노이드는 환자 종양 세포를 몸 밖에서 3차원으로 배양한 종양 유사체다. 배양 접시에서 암세포를 2차원으로 배양하는 것과 달리 종양 조직의 구조와 생물학적 특성을 잘 반영해 암 맞춤 치료 시대를 열 것으로 평가 받는 기술이다.
오가노이드는 일반적으로 종양조직 검체를 이용해 제작한다. 조직검사나 수술을 위해 떼어낸 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 치료 등을 많이 하지 않는 전이성 암 환자 등은 오가노이드 제작을 위한 검체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컸다.
연구팀은 전이성 암 환자의 임상 특징을 구현하기 위해 흉수·복수 내 종양세포를 이용해 암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흉수와 복수가 많아지면 각각 호흡곤란과 복부 팽만 등이 생기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이들은 빼내는 배액술을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50~100mL 정도는 추가 검사 등을 위해 활용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폐기된다.
흉수와 복수 안에는 종양세포들이 떠다닌다. 이를 배양하면 전이된 종양 상태를 잘 반영한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검체 채취를 위한 시술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검체를 확보해 여러 임상 상황을 반영한 오가노이드를 배양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췌장암, 유방암, 위암 환자의 복수와 흉수 검체에서 28개의 암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배양된 오가노이드가 종양의 분자유전학적인 특성을 잘 반영하는 것을 확인했다. 환자에게 약물을 투약했을 때의 반응과 오가노이드에 약물을 노출했을 때의 반응도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
환자에게 항암제 내성이 발생하기 전후에 만들어진 오가노이드에서 약물 반응이 달라지는 것도 확인해 환자들의 임상 상황을 잘 반영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최원영 국립암센터 암분자생물학연구과 교수(종양내과 전문의)는 "항암 치료 반응률이 낮은 환자의 흉수, 복수 검체를 이용해 배양한 오가노이드는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과 신약 개발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인 '환자유래 오가노이드 기반 항암제 저항 난치성 유방암 환자의 유효약물 탐색 및 임상 적용 개발' 연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사업인 '희귀 및 난치성 암 연구를 위한 주문 제작형 오가노이드 서비스 허브' 연구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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