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규모 10배 넘게 늘었다…속앓이 하는 개미

입력 2023-06-26 18:00   수정 2023-06-27 00:28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자 주주들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증자 과정에 주주가치가 희석되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크게 늘어난 기업 유상증자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0건의 유상증자 공시(정정공시 제외)가 나왔다. 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은 총 2조2083억원이다. 전년 동월(8926억원) 대비 2.5배 정도 늘었고 전월(1513억원) 대비로는 10배 넘게 증가했다.

CJ CGV는 시가총액의 두 배에 달하는 1조2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하겠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이 회사는 최근 4거래일 동안 32.48%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23일 기존 상장 주식 수의 8.9%를 새로 발행해 1조1777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6.08% 떨어졌다. KC코트렐(-18.35%), 에스디바이오센서(-15.47%), 삼부토건(-12.91%), 이지스밸류리츠(-6.42%) 등도 증자 공시 직후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주저앉았다. 인디에프만 예외적으로 21.18% 올랐다.

기업은 유상증자 과정에 통상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한다. 신주 인수 대상자는 기존 주주가 될 수도 있고, 일반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빚을 지지 않으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주가 대거 매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가에는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신사업 투자보다는 빚 갚는 용도
유상증자로 납입된 돈을 신규 사업이나 타법인 인수 등에 활용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달 공시된 유상증자는 이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채무 상환에 들어가는 자금이 8040억원(36.4%)으로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운영자금까지 합하면 45.4%로 절반 가까이를 빚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지출하겠다고 한 셈이다.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31.1%), 시설자금(23.5%)은 후순위였다.

종목별로 보면 이지스밸류리츠, KC코트렐, 삼부토건, 인디에프는 조달 자금 전액을 채무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CJ CGV도 이 비중이 82.5%였다. SK이노베이션은 29.7%,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6.8%로 조사됐다.

증자를 하더라도 지분을 팔 가능성이 낮은 대주주를 대상으로 하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달 유상증자 공시를 한 기업 8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곳은 일반 공모를 통한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일반 공모 방식은 기업공개를 하듯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일반 공모 물량이 100%였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CJ CGV는 현금 증자 5700억원 중 5100억원을 그룹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시중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부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피하고 증자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상증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해서도 콜옵션 및 전환가액 조정에 대한 규제가 적용됐다”며 “전환우선주 등을 발행하기가 까다로워지면서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최석철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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