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따라 움직였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19일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한 때에 맞춰 일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5000억엔(약 5조원)을 들여 일본에서 차세대 D램을 양산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일본 정부도 15억달러(약 2조원)의 보조금을 주겠다며 화답했다.
마이크론의 중국 전략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올 2월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을 땐 마이크론도 시련을 겪었다. 그러다 미·중 정상회담설이 나오자 중국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 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다. 중국 사업 철수설까지 나오던 시점에 발표한 역발상 투자였다. 촘촘한 대(對)중국 제재를 빠져나갈 수 있는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다.
1주일 뒤 미국과 인도 간 정상회담이 열리자 마이크론은 인도로 손을 뻗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인도에도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뒤인 19일엔 인텔의 이스라엘 투자 전략이 공개됐다. 중동의 교두보인 이스라엘에 250억달러를 들여 웨이퍼를 생산하겠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인텔은 유럽의 맹주국인 독일과도 반도체 보조금 갈등을 끝냈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300억유로를 독일에 투자하기로 하자 독일도 보조금을 99억유로로 46%가량 증액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의 업무 교통정리처럼 마이크론과 인텔의 역할 분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어떻게 될까. 두 회사의 투자 검토 대상국에서 제외된 한국의 반도체가 설 자리가 있을까. 피자 주방장 역할도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략이 우리에게 있는지 묻고 싶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