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10ℓ 정도 마시면 X-레이 사진 1번 찍는 수준으로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26일 밝혔다.
백 회장은 이날 서울 외교타운에서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토론회 주제 발표를 통해 "(오염수 10ℓ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 62만 베크렐(㏃)을 섭취하면 예탁선량은 0.011밀리시버트(m㏜)"라며 이같이 전했다.
예탁선량은 몸 안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로 인해 장기간에 걸쳐 인체가 받게 되는 총 방사선량을 뜻한다. 백 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물질과 비교해 반감기가 짧고 방사선량도 적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중 가장 덜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중수소의 유효반감기는 10일로 체내에 유입되더라도 10일 이내에 절반이 배출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올해 여름 이후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후쿠시마현 앞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오염수를 ALPS 장비로 정화해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일본 측의 계획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삼중수소 연간 총배출량은 22조 베크렐이다.
백 회장은 원자력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의 공동 평가를 인용해 오염수 방류 후 2년 뒤 한국 관할 해역에 ℓ당 0.0000001베크렐 농도로 일시 유입되고 4∼5년 뒤 본격적으로 유입되며, 10년 후 유입 농도는 약 0.000001베크렐 안팎으로 수렴한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해역의 삼중수소 평균 농도는 ℓ당 0.172베크렐로 (오염수 배출에 따른 국내 해역 유입) 농도는 기존에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로 정밀 분석기로도 검출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내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게다가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총 배출량은 연간 200조 베크렐 이상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의 10배에 달한다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김영호 부경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조교수도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도 일본 열도 남동쪽에서 흐르는 구로시오 해류로 인해 캐나다와 미국에 먼저 도달하고 방대한 태평양을 돌아 4∼5년 뒤 일부가 국내 해역에 도달한다면서 7개월 만에 남해에 도달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역시 "충분히 합리적인 견지에서 판단했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환경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립외교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국민의 과도한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해 이날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토론회 개회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소문과 괴담이 소모적인 논쟁을 초래한다면서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주제 발표를 통해 "오염수 방류가 코앞에 닥쳐서야 정치권은 뒤늦게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과학과 국제적인 기준에 의거한 종합적이고 합리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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