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역전세 쓰나미’ 우려가 커지는 것은 2년 전 전셋값이 급등할 때 맺은 임대차계약 만료가 속속 다가오고 있어서다. 고가 단지가 많은 서울 강남권에선 2년 전에 비해 전세가가 10억원씩 떨어진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과 입주 물량 증가 등이 맞물려 전세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보증금 반환용 대출 완화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남에선 10억원 가까이 떨어진 전세 계약을 찾기 어렵지 않다. 같은 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5.3㎡는 각각 26억원과 29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2021년 말엔 37억원까지 거래된 곳이다. 지난해 초 24억원까지 전세 계약이 성사됐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이달 들어 12억9000만원대로 내려왔다.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수억원을 내주는 재계약도 잇따른다.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전세가를 기존 20억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7억5000만원 낮춘 갱신계약이 이뤄졌다.
강남 이외 지역에서도 보증금 차액은 수억원에 이른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에코자이(전용 118.2㎡)는 기존 15억원에 계약했던 집을 9억5000만원에 지난달 갱신계약했다. 동작구 사당동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84.9㎡)은 5억2000만원 낮춘 가격(13억7000만원→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대문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보증금 하락분만큼 세입자에게 매달 이자를 지급해서라도 기존 세입자와 계약하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18억원에 전세 계약됐던 과천시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127㎡는 지난달 11억95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찾았다. 최대 18억원까지 거래됐던 과천위버필드 전용 110㎡도 전셋값이 12억원 전후로 떨어졌다. 과천 A공인 대표는 “정비사업 이주가 시작되면서 일부 신축 전세가가 오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합 분위기”라며 “지식정보타운을 중심으로 신규 입주 단지가 많은 것도 변수”라고 말했다.
수원시 영통구 힐스테이트광교 전용 98㎡는 지난달 7억2000만원에, 래미안광교는 전용 121㎡가 7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2년 전보다 3억~4억원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거나 갭투자(전세 낀 매수)가 많았던 지역은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기에선 화성(1만3643가구) 양주(1만1714가구) 수원(1만601가구) 평택(7673가구) 용인(7305가구)을 중심으로 연내 11만433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부동산R114는 전셋값이 5%만 떨어져도 역전세 위험 비중이 10%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역전세 자체보다는 미반환 가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갭투자자가 대거 진입한 데다 입주 물량까지 많은 수도권 외곽은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유오상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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