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탕후루 먹으러 달려갈 때가 제일 행복해요. 떡볶이보다 맛있는 거 같아요"
지난 26일 저녁 서울 성동구 왕십리의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전문점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긴 대기 줄을 서 있었다.
이곳의 단골이라는 초등학교 5학년 박모 군은 "학원이 끝나자마자 이곳을 꼭 찾는다"며 "처음엔 애들이 먹으러 가자고 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용돈 받으면 사 먹으러 온다"고 웃어 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이모 군도 "달콤하고 바삭해서 요즘 제일 많이 사 먹는 간식이 됐다"며 "원래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가 먹는 걸 보고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걸 먹었는데, 이젠 밖에서도 사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생겨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직원 김모 씨는 "달콤하고 바삭하면서도, 안에는 과즙이 흘러내리는 식감이 좋다면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찾는다"며 "길거리 간식 가격도 다 올랐는데, 3000원이면 초등학생들도 용돈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며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길거리 음식 '탕후루'가 초등학생들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약 5개월간 10대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냉동·간편 조리식품을 집계한 결과 1위에 탕후루가 이름을 올렸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는 지난 19일~25일 '탕후루' 검색량이 전년 동기대비 691% 급증했다고 밝혔다.
탕후루는 중국 화북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 간식으로 '빙탕후루(?糖葫芦)'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산사나무 열매를 막대에 꽃아 시럽처럼 끓인 설탕을 입혀 먹었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딸기, 포도, 귤, 파인애플 등 과일을 꼬치에 꽃은 뒤 물엿을 묻혀 만든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일명 '겉바속촉' 식감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지는 수년이 흘렀지만,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탕후루를 찾는다는 점에서 더 대중적인 음식이 됐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등장했다. 서울에만 60개의 탕후루 전문점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 대형마트나 무인점포에서도 냉동식품 형태로 된 탕후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창업 전문가들도 '요즘 뜨는 학교 앞 창업 아이템'으로 탕후루 전문점을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탕후루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설탕 시럽이 상당하다는 만큼, 혈당을 올리고 내열을 증가시켜 비만과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성장기인 초등생들이 섭취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당도가 높아 중성지방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사용되는 과일 대부분과 설탕은 찬 성질이기 때문에, 평소 속이 찬 사람은 과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굳으며 딱딱해지는 설탕의 특성상 잘못 씹으면 금, 은 등 보철물이나 교정기가 빠질질 수 있어 한창 치아구조가 발달하고 갖춰져 갈 초등생들의 치아 및 턱관절 손상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지 부산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탕후루는 주재료로 과일을 사용하지만, 설탕이 많아 건강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무더운 여름철 달콤한 설탕과 상큼함이 장점인 탕후루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좋지만, 항상 과한 섭취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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