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타워 72층 '맨손 등반가'…곤돌라 타고 구한 신입 女직원

입력 2023-06-27 18:27   수정 2023-06-28 00:21

“낙하산을 멨지만 뛰어내리면 즉사할 가능성이 99%였어요.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 기쁩니다.”

지난 12일 평소와 같이 오전 8시께 출근한 롯데물산 타워기술팀 신입사원 문다영 씨(25·사진)는 상사의 긴급 전화를 받았다.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 건물 외벽을 한 남성(등반가 조지 킹 톰슨)이 맨손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른 시간인 탓에 출근한 직원 중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직원이 없다는 걸 안 문씨는 “곤돌라를 타고 설득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73층에서 출발해 건물 외벽을 따라 이동하는 곤돌라를 처음 타봤다”며 “너무 무서워 아래는 보지 말자는 생각으로 조종기사와 함께 이동했다”고 말했다.

톰슨은 이날 오전 5시께부터 롯데월드타워를 오르기 시작해 8시께엔 72층에 도달했다. 톰슨은 문씨를 보자마자 “당장 뛰어내리겠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건물 꼭대기에서 뛰려고 했는데 더 다가오면 여기(72층)서 뛰어내리겠다”며 메고 있는 낙하산을 가리켰다.

문씨는 순간 기지를 발휘했다. 72층까지 오르느라 체력이 고갈된 그를 순식간에 끌어당겨 안전조끼를 입히고 안전고리를 곤돌라에 걸었다. 그런 뒤 문씨는 190㎝가 넘는 톰슨의 손과 발을 붙잡고 설득했다.

문씨는 “타원형인 롯데월드타워의 구조상 여기서 뛰어내리면 낙하산을 펴지도 못하고 건물에 부딪힐 것”이라며 “고리가 걸린 상황에서 뛰어내리면 우리까지 위험하다”고 말했다. 톰슨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 채 손만 내저었다. 순간 조종기사가 곤돌라를 73층 출입문으로 이동시켰다.

기다리고 있던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와 소방대원 등이 톰슨을 체포했다. 문씨는 이날 일로 김동권 송파경찰서장으로부터 “범인 검거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감사장을 받았다.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도 14일 창립기념일에 문씨에게 특별상을 줬다. 신입사원이 특별상을 받은 건 1982년 창사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톰슨의 위험한 고층 건물 외벽타기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런던 스트래토스피어타워(36층)를 맨손으로 등정한 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기후 위기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보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업무방해 혐의로 21일 검찰에 송치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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