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이 양자 과학기술에 2035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지난 5년간 투자액(2761억원)의 열 배 이상이다. 세계 4위 양자 강국으로 도약할 청사진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뜻한다. 양자의 역학 원리를 활용하는 신기술을 양자 과학기술로 통칭한다.
▶본지 5월 12일자 A1, 3면 참조
이를 위해 박사급 양자 연구 핵심 인력 2500명(현재 384명)을 양성하고 학·석사급 인력도 1만 명(현재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외 인재 교류도 확대한다. 연간 500명 이상의 인력을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IBM, 아이온큐 등과 교육 프로그램 업무협약을 맺었다.
2035년을 겨냥한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됐다. 올해 1.8%(10위)에 불과한 세계 양자 시장 점유율을 10%(4위 수준)로 끌어 올리고, 양자 기술을 공급·활용하는 기업은 1200개(현재 80개)로 늘리는 게 정부의 청사진이다. 1000큐비트급 이상 양자 컴퓨터와 양자 통신 전국망, 양자 인터넷, 양자 센서 등을 단계적으로 상용화하는 계획도 추진된다.
발표회에 앞서 DDP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에 흩어진 한국 양자 연구자들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며 “플랫폼을 통해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양자 컴퓨터 시스템과 양자 통신, 양자 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 기술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경제, 화학, 의료, 보안, 에너지 분야에서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업계도 양자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1㎚(나노미터·1㎚=10억분의 1m) 안팎에 도달하면 ‘양자 터널효과’가 발생한다. 반도체 내부 장벽을 전자가 뚫고 지나가는 현상으로 칩 미세화에 걸림돌이 된다. 삼성전자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경북대 등을 중심으로 양자 터널효과를 극복할 기술을 연구 중이다.
LG전자는 파란색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물질과 군집(群集) 로봇 내비게이션 연구에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양자 난수 생성과 암호통신 기능을 하나의 반도체로 구현한 양자 암호 칩을 개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소재 개발에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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