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만 나이' 적용…연금·입대·취학 연령은 그대로

입력 2023-06-27 18:26   수정 2024-09-06 17:35


28일부터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滿) 나이’로 일원화하는 ‘만 나이 통일법’(행정기본법 및 민법 일부개정법률)이 전면 시행된다. 이날부턴 계약 문서를 비롯해 법령, 공문서, 상품 설명서 등에 표시된 나이에 ‘만’이 붙어 있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만 나이로 해석하면 된다. 이에 따라 나이 셈법이 서로 달라 발생한 행정·사회적 비용과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주류·담배 구매 및 취학 연령 등 일부 제도는 기존 ‘연 나이’(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 셈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만큼 예외 기준을 미리 파악해둬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28일부터 생활 속 나이는 ‘만’ 기준
27일 법제처에 따르면 만 나이 통일법은 행정·민사상 나이를 특별 규정이 없는 한 만 나이로 간주하는 법률 기준을 신설한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생활 속 모든 나이는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된 이 법은 작년 12월 8일 국회를 통과했으며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8일부터 시행한다.

만 나이는 출생일 기준 0세로 시작해 생일마다 한 살씩 더한 나이다.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다음 계산 시점에 생일이 지났다면 이 수치를 그대로 쓰면 만 나이가 된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1년을 더 빼면 된다. 예컨대 1989년 4월 20일이 생일이면 현재 연도인 2023년에서 1989년을 뺀 34세가 만 나이다. 이른바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태어난 해를 1세로 시작해 매년 1년씩 더한 나이)에서 생일이 지났다면 1년을 빼고, 생일이 안 지났다면 2년을 빼도 만 나이를 구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 국민에게 주어지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 등 이미 만 나이가 기준인 정책과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만 나이가 기준인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의 수급 시점도 달라지지 않는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른 근로자의 정년(만 60세 이상)과 노인복지법에 따른 경로우대 기준(만 65세 이상)도 기존과 동일하다. 칠순, 팔순 등 한국 나이로 지내는 기념일은 오랫동안 형성된 관습·문화인 점을 고려해 기준 변경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주류·담배·병역·취학은 연(年) 나이
예외적으로 ‘연 나이’를 적용하는 제도 역시 유지된다. 주류·담배 구매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생일과 관계없이 연 나이를 적용했을 때 19세 미만인 청소년에게 금지된다. 올해는 2004년생부터 주류와 담배 구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병역 의무를 위한 병역판정검사 연령도 병역법에 따라 연 나이를 적용해 올해는 2004년생이 대상이다.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도 올해를 기준으로 7급 이상 또는 교정·보호 직렬 공무원 시험은 2003년생부터, 8급 이하 공무원 시험은 2005년생부터 응시할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일도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만 나이로 6세가 된 날이 속한 해의 다음 해인 3월 1일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2017년생이 입학한다. 만 나이를 사용하면 같은 반 안에서도 생일에 따라 나이가 달라질 수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학급 내 호칭 관련 혼선 방지를 위해 각급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만 나이 사용 관련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보험상품은 ‘보험 나이’ 적용
법 개정 전부터 만 나이를 주로 사용한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도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보험상품은 보험료 및 가입 나이 등을 계산할 때 ‘보험 나이’를 적용해 주의가 요구된다. 보험 나이란 만 나이 6개월 경과 여부에 따라 반올림한 나이다. 1989년 4월 20일이 생일이고 2023년 1월 1일 보험계약을 맺었다면, 출생일로부터 가입일까지 33년8개월이 지났으므로 보험 나이는 34세다.

나이 셈법을 만 나이로 통일함으로써 나이 기준이 다양한 탓에 발생했던 법적 다툼이나 민원, 사회적 혼란이 해소될 것으로 법제처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만 나이가 일상에 정착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연·지연 문화가 강한 만큼 한국식 나이를 쓰겠다는 걸 억제하긴 힘들 것”이라며 “당국은 다양한 창구를 마련해 국민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경진/최해련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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