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이 대성,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중앙유웨이 등 대형 입시학원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언급한 지 2주 만이다. 사교육업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연봉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일타강사’를 겨냥한 조사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교육 시장에 ‘재계 저승사자’ 투입
28일 입시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중앙유웨이 등 주요 대형 입시학원에 대한 불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학원가 세무조사를 맡은 곳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다. 서울청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국세청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 조사관들이 배치된 부서다. 통상 국세청장이나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승인이 있어야만 세무조사에 나선다.정기 세무조사는 일반적으로 조사 개시 최소한 2주 전에 통보한다. 하지만 조사4국의 특별조사는 불시에 들이닥친다. 한 번 조사를 시작하면 몇 달 동안 진행된다. 조사 결과 탈세·탈루가 확인되면 세금을 추징하고 혐의가 위중한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한다. 한 국세청 전직 고위 간부는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이미 내부 정보 등을 통해 탈세 혐의가 포착됐다는 뜻”이라며 “이번에 입시학원 세무조사도 상당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학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능 속 초고난도 문제, 이른바 ‘킬러문항’을 지적하면서 대형 입시학원에 대한 세무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는 그동안 세무조사 대상 1순위로 꼽혀왔다. 메가스터디는 명실상부한 온·오프라인 사교육 1위 기업이다. 연봉이 200억원으로 알려진 수학강사 현우진과 같은 ‘일타 강사’를 다수 보유해 사교육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대인재는 최근 수년 사이 대치동 학원가를 접수한 신흥강자다. 특히 과학탐구는 시대인재 모의고사를 풀지 않으면 만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킬러문항’에 특화된 학원이다. 과탐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의대를 지망하는 상위권 학생을 모아 대치동 학원가를 단숨에 평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타강사 세무조사 이어지나
업계에선 고액 연봉을 받는 일타강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학원사업자나 고액 강사에 대해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 등 두 차례의 기획조사에서 “수강료를 대폭 인상해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가격 인상 등으로 폭리를 취하는 민생 침해 탈세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학원들도 세무조사를 포함한 전방위 압박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모습이다. 교육부는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사교육·수능 유착 의심 신고, 교재 구매 강요, 교습비 초과 징수, 허위·과장광고 등의 신고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대형 학원의 부당 광고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음달부터 입시 학원 광고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교육부에 접수된 신고 결과를 검토한 뒤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업체에 대해 현장조사도 할 예정이다.
특히 학원들은 수요가 가장 많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세무조사를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당장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 다가오고, 2024학년도 입시설명회를 진행할 시기인데 모든 것이 일단 멈춘 상태”라며 “기습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조사로 학원가는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강영연/강경민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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