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년 만의 한·일 통화스와프, 오염수 괴담에도 경제는 앞으로 간다

입력 2023-06-28 18:28   수정 2023-06-29 07:52

정부가 오늘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양국 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간 통화스와프가 재개되면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앞서 일본은 4년 만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 복원시켰다.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추진한 한·일 관계 정상화의 효과가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두손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통화스와프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통화스와프가 엔화가 아니라 달러화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지정학적 불안이나 경제위기 발발 시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경제안보의 지평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배상하는 선제적 방안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열었다.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50여 일 만에 이뤄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으로 ‘셔틀 외교’도 12년 만에 재개됐다. 야권은 도를 넘어선 극언을 동원해 ‘퍼주기 외교’라고 비난했지만 일본이 응답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실질적인 협력의 성과가 나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복원도 양국 간 기업·산업 협력의 실질적 토대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여전하고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가 가시화한 상황이다. 반도체 2차전지 등에서 상호 보완적 구조를 가진 한·일 간 협력은 종전보다 더 강한 시너지를 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신뢰를 쌓아가면 우리 국민이 아쉬워하는 과거사 문제, 독도 문제 등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문제에서도 긴밀한 대화와 상호존중 정신을 통해 최적의 해법을 찾아줄 것을 당부한다. 이제 양국은 거대한 세계사적 변화 속에서 서로 손을 맞잡지 않으면 새로운 형태의 위기와 도전에 제대로 대응해나갈 수 없는 공동운명체적 상황에 놓여 있다. 반한, 반일 감정을 자극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인들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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