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의 아쉬운 점 중 하나로 높은 모바일 칩 의존도가 꼽힌다. 갤럭시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주로 제조하다 보니 모바일 칩 매출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반도체 관련 대형 주문이 TSMC로 넘어갔고, 이로 인해 두 회사 간 점유율 격차는 더 커졌다.
삼성전자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파운드리사업 로드맵에는 ‘모바일 편중’이란 약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전기차용 칩 강화 △생산능력 확대 △패키징 턴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TSMC 추격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길을 끈 것은 삼성전자가 예고한 새로운 서비스다. 2025년부터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8인치 질화갈륨 전력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전력반도체는 기기에서 전력 변환과 제어를 담당한다.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실리콘이 아니라 화합물인 질화갈륨 웨이퍼에서 생산된다. 200도 이상 온도를 견딜 수 있고 내구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고온·고압 환경을 견뎌야 하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서버 등으로 적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2026년엔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전력반도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테스트라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세대(6G) 통신 시대에도 대비한다. 삼성전자는 5㎚ RF(radio frequency) 공정을 개발해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한다. 5㎚ RF 공정에선 기존 14㎚ 대비 전력효율이 40% 이상 향상되고 면적은 50% 감소한 칩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패키징 협의체인 ‘MDI연합’ 출범을 주도한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후공정 전문업체(OSAT), 디자인하우스 등이 모여 패키징 기술 고도화를 모색하는 기구다. 이를 통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시스템 반도체와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를 함께 패키징해 하나의 반도체로 동작하게 하는 ‘2.5D·3D 이종 집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패키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맞춤형 칩의 성능 향상을 원하는 고객사를 유치한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과 미국 테일러에서 파운드리 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엔 경기 평택 3공장에서 생산을 본격화한다. 테일러 1라인은 하반기 완공, 내년 하반기 양산으로 스케줄이 정해졌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027년 클린룸 규모를 2021년 대비 7.3배 늘릴 계획이다.
계종욱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파트너와 협력해 이종 집적 기술 도입에 따라 높아지는 설계 복잡도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협력사 생태계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고 고객사의 혁신과 성공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