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한국은 영웅적 나라…충무공서 차기작 영감"

입력 2023-06-28 18:46   수정 2023-06-29 00:54


“한국은 영웅적인 나라입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의 압박에도 기적 같은 성장을 이뤄냈으니까요. 그러니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밖에요. 준비 중인 차기작 <왕비의 대각선>의 영감도 이순신 장군 스토리에서 얻었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사진)는 28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에너지를 발견하는 건 큰 즐거움이자 놀라운 경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미>를 비롯해 <뇌> <신> <파피용> 등을 펴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번 방한은 <개미> 한국어판 출간 30주년과 신작 <꿀벌의 예언>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베르베르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아홉 번째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프랑스에서도 한국 영화를 찾아보고 한식당에 간다”고 했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베르베르 작품의 한국어 출판을 전담하는 열린책들에 따르면 그동안 팔린 3000만 부 가운데 1300만 부가량이 한국에서 판매됐다. 그는 “프랑스 독자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강한 데 비해 한국 독자는 미래지향적인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미래의 모습을 그린 내 작품들을 한국 독자들이 재밌게 읽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국인 특유의 미래에 대한 깊은 관심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와 ‘상상력’은 베르베르의 30여 년 작가 생활을 상징하는 단어다. 8년 전 소설 <제3 인류>에선 코로나19와 비슷한 전염병 창궐을 내다봤고 9·11테러 발생 4년 전에 내놓은 <천사들의 제국>에선 항공기가 도시를 공격하는 내용을 다뤘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이야기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견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베르베르의 신작 <꿀벌의 예언>도 미래를 그린 책이다. 꿀벌이 사라져 황폐해진 미래를 바로잡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주인공의 모험을 그렸다. 그는 2053년 지구를 평균 기온 43도에 인구가 150억 명까지 불어난 상태로 묘사했다. 부족한 식량을 서로 갖기 위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 이런 모든 비극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꿀벌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플롯을 짰다.

“최근 몇 년 동안 꿀벌이 살충제 남용과 검은말벌 등 외래종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의 70%는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죠. 지금 추세가 계속될 때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는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된 인공지능(AI)은 소설가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베르베르는 “소설가의 본질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며 “인간이 만들어낸 정보를 학습하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들이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 창의적인 작품을 써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문학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베르베르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제주, 부산 등을 돌며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안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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