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28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올해 한전공대 출연액을 708억원으로 결정했다. 애초 계획인 1016억원에서 30% 줄어든 금액이다.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및 한전공대와 협의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계열사들도 이사회를 통해 기존 계획보다 출연금을 30% 줄일 계획이다. 이 경우 올해 한전공대 출연금은 예정된 1588억원에서 482억원 적은 1106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을 통해 윤석열 정부 이전인 작년 3월 전남 나주에 개교한 한전공대는 한전과 계열사의 출연금으로 건설·운영된다. 학부 1~2학년생 약 200명이 재학 중이다. 한전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대규모 출연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작년 말 기준 192조원에 달한 한전의 부채는 올해 말 약 2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재무위기 상황에서도 한전과 계열사는 2020~2022년 1724억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고 약정된 출연금도 2024년 1321억원, 2025년 743억원을 비롯해 12년간 약 1조원에 달한다. 이에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에 출석해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전공대에 출연하는 것도 전면 검토해야 한다”며 출연금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전공대는 아직 캠퍼스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다. 완공은 2025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번에 출연금이 삭감되면서 한전공대의 캠퍼스 조성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공대와 협의해 전체 학사 일정에는 큰 지장이 없는 정도로 삭감폭이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공대는 감사원과 산업부 감사도 받고 있다. 감사원은 한전공대 설립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있다. 부영주택이 한전공대 캠퍼스 부지를 무상기부한 배경이 핵심 감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나주 부영CC를 쪼개 절반을 학교 부지로 무상기부했는데, 나머지 부지에는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약을 전라남도와 맺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