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위산업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방산 수출액은 약 173억 달러로 전년(70억 달러) 대비 140% 이상 증가했다. 올해 한국의 수출액은 정부 추산 200억 달러(약 25조 8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를 달성하면 연간 최대 수출액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올해 첫 수주 물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텄다. KAI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와 FA-50 1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조2000억원이다. 말레이시아는 FA-50과 동일기종으로 2차로 18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도 있어. 도입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KAI는 이집트와도 FA-50 36대의 수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올해 수출 달성 여부는 한국 방산의 ‘큰 손’으로 떠오른 폴란드와의 2차 계약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방산업계는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K-9 자주포·FA-50 전투기·다연장로켓 천무 등 약 17조원 규모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K-2 전차 820여대, K-9 자주포 430여문 등 추가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폴란드 반응은 긍정적이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해 한미 연합군의 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하고 한국산 무기의 위력을 체험했다. 당시 브와슈차크 장관은 여러 번 ‘인상적’(impressive)’라고 감탄하며 관람했다는 후문이다.
한국무기가 선전하는 것은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품질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 특수한 안보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며 “가격이 싸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K방산에는 통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리온 외에 KAI는 소형 무장헬기 LAH의 양산도 앞두고 있다. LAH는 2024년께 군에 전력화되면 적 기갑부대 제압, 공증강습 엄호, 위력수색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미래 육군의 핵심 항공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 관계자는 “폴란드 및 말레이시아 FA-50 수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국산 항공기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며 “이런 기회를 발판삼아 국산 헬기 수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인 K-2 ’흑표‘ 전차를 앞세워 수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08년 튀르키예에 K-2전차 기술수출을 성공한 이후 지난해 폴란드 수출 계약을 통해 처음으로 전차 완성품 수출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커졌다. 폴란드 수출 성공을 바탕으로 루마니아·체코 등 동유럽 시장,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 등 중동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만든 차륜형장갑차 K808 ’백호‘는 폴란드와 공동연구로 성능개량 모델이 개발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폴란드 국영방산업체 PGZ은 최근 K808 직도입에서 한국과 새로운 장갑차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쪽으로 선회하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K808은 구매 의사가 있음을 뜻하는 총괄계약에 포함됐고 실제 이행계약은 아직 협의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K808은 2018년부터 우리 군에도 실전 배치된 무기다.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장갑차(랜드400 3단계) 사업’ 수주에도 나서고 있다. 레드백 장갑차를 통해 현재 독일 라인메탈과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평가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AESA레이다는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최첨단 레이다로 공중과 지상 표적에 대한 탐지, 추적 및 영상 형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앞으로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더의 해외 수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항공우주박람회 파리 에어쇼에서 유럽 방산업체 레오나르도와 ’경공격기 AESA 레이더 선행모델 수출 주요조건합의서(HOA)‘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레오나르도가 유럽 시장에 이미 공급한 수백여대 전투기용 기계식 레이더의 성능개량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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