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반란에 실패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당초 우크라이나 접경에 덫을 치고 러시아군 수뇌부를 생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기습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달 22∼25일 이 지역을 찾을 예정이었던 두 사람을 생포한 뒤 지휘체계 일원화를 명분으로 바그너 그룹에 대한 지휘권을 박탈한다는 러시아 정부 결정을 뒤집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행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에 계획이 유출되면서 모든 일이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직속의 준군사조직인 러시아 국가근위대 지휘관 빅토르 졸로토프는 27일 현지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프리고진 진영에서 6월 22∼25일 사이 시작될 반란 준비와 관련한 구체적 (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자신호 감청과 위성사진 분석 등으로 사전에 관련 동향을 파악했던 서방 정보당국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프리고진의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쇼이구 장관을 비롯한 러시아군 지휘부를 우크라이나 전쟁 '졸전의 원흉'으로 비난해 온 프리고진은 일단 용병들이 들고 일어나면 정규군 소속 일선 병사들도 대거 반란에 동참할 것으로 믿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획이 유출되고 FSB가 반란 혐의 조사에 착수하면서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에 있던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이끌고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반란을 멈추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러시아 국방부 관료 출신 군사 블로거 미하일 즈빈추크에 따르면 러시아군 내부에선 반란 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숙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당국자들은 바그너 그룹이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에 직면하지 않은 점을 들어 러시아군 고위급 지휘관 중에서도 이에 동조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을 지낸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추측성 기사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보도를 일축했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직후 공개적으로 이를 비난했고 공군 전력을 보내 폭격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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