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자동차 전자장비를 담당하는 VS(전장)사업본부는 2021년에 마음고생을 적잖게 했다. 영업손실이 1조원 가까이 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조달이 여의찮은 탓에 제품 납품이 쉽지 않았다. 절치부심한 지난해 VS 사업본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 실적과 기업가치를 밀어 올릴 '캐시카우'로 급부상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28∼29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도전의 10년, 함께 만들어가는 비전 2030’을 주제로 출범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회사는 행사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주도하는 전장부품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행사에는 LG전자 조주완 사장과 은석현 VS사업본부장(부사장)을 비롯한 VS사업본부 임직원 3000여 명이 참석했다.
LG전자는 2013년 7월 1일 VS사업본부(옛 VC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각 사업부에 흩어진 전장 조직을 하나로 뭉치면서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인수·합병(M&A)과 합작투자로 덩치도 키웠다. 2018년 차량용 조명 시스템 업체인 오스트리아 ZKW를 인수했다. 2021년에는 캐나다 차부품 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하 LG마그나)’을 세웠다.
LG전자의 대표 전장 사업은 차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장비' 분야다. 여기에 자회사 ZKW가 전개하는 차량용 조명시스템과 LG마그나가 진행하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전기차 동력 발생·전달장치) 등을 합쳐 3대 영역에서 전장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인 인포테인먼트 장비는 업계 정상 자리에 올랐다. 인포테인먼트는 크게 차량용 통신장비인 텔레매틱스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으로 나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텔레메틱스 시장에서 LG전자는 점유율 1위(22.4%)를 나타냈다. AVN 시장에서는 2021년 11.0%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7%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실적도 괄목할 만큼 좋아졌다. VS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 1696억 원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VS사업본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0조8200억원, 3100억원을 전망했다. 전장 사업의 누적 수주 잔액은 지난해 말 80조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말에는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실적이 좋아지는 VS사업본부 인적분할을 기대하는 주주들도 늘고 있다. LG전자 전자 사업에 가려진 VS사업본부가 분할될 경우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고, 그만큼 주주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게 분할된 신설회사 주식을 보유 지분에 맞춰 지급하는 만큼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 LG전자는 이 같은 분할설에 대해 "다른 사업본부와의 시너지 효과도 큰 만큼 분할을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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