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라퍼티, 회사채 대신 이례적 신종자본증권 발행 배경은

입력 2023-06-29 16:52   수정 2023-06-30 09:35

이 기사는 06월 29일 16: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 투자를 이끄는 신세계프라퍼티가 회사채 대신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따른 자금 소요로 재무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A급 신종자본증권이지만 산업은행의 지원사격으로 대규모 투자수요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자 부담보다 자본 확충 초점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날 3000억원어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3년 뒤 콜옵션 조건이 달려 있다. 확보한 자금은 차환과 운영 비용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A급으로 매겨졌다.

통상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하지만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례적으로 회사채 대신 신종자본증권을 택했다. 예정된 대규모 자금 소요에 따른 차입금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취지다. 회사채와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일시적으로 재무 건전성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잇단 개발사업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7년 말 준공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에는 돔구장, 대형 복합 쇼핑몰,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백화점·스타필드 등이 들어서는 동서울터미널 개발 계획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3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 안정성은 악화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총차입금은 2018년 말 21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3043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보다 이자 부담이 크고 콜옵션 도래에 따른 중도 상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러나 대규모 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른 뒤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 3년 뒤 콜옵션 시행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신세계프라퍼티의 판단이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향후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차입금이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부채비율 등이 급증해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으로 재무 건전성 지표를 선제적으로 안정화하는 게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지원사격 ‘눈길’
모회사인 이마트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신종자본증권을 택한 배경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회사 지분의 100%를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세계프라퍼티에 대한 이마트의 유상증자 규모는 73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마트의 재무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추가 유상증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인수 등에 따른 자금 소요로 총차입금이 2020년 말 6조1799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1조2731억원 대로 급격히 늘어났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산업은행의 ‘지원사격’으로 대규모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A급 기업의 신종자본증권은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이번 신종자본증권의 인수단으로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모집 부담을 줄였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인수단에 산은이 포함되면서 이번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증권가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며 “연 6% 중후반의 고금리 이자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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