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프로방스의 호텔·상점을 거닐다 보면 익숙한 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마갈리 플뢰르캥 보나르 대표가 프로방스 지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과 이곳의 로제와인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한 브랜드 ‘로즈 에 마리우스’의 향이다. 로제와인을 마신 듯 상큼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프로방스에서 시작된 이 향은 곧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세 가지 프로방스 로제와인을 시음하고 향수 제작에 영감을 준 와인을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비롯해 향초·향수 제작 등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맘때 프로방스에는 보랏빛 파도가 넘실거린다. 해가 강하고 연중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를 띠기 때문에 이곳의 라벤더는 다소 일찍 보랏빛 얼굴을 내민다. 6~7월은 프로방스에서 라벤더를 보기 가장 좋은 때다. 라벤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트루 라벤더’는 800m의 고지대에서만 자란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벤더는 ‘라벤딘’으로, 라벤더의 약 80%를 차지한다. 색이 진하고 다량의 오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약효는 따로 없다.
18세기 말 프로방스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퓌조는 리본과 라벤더를 한 땀 한 땀 엮어 꽃의 향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공예품이다. 탈취제로 쓰거나 리넨 등 옷감을 보호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현재 세계에서 딱 두 곳만이 전통 퓌조를 만들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프로방스의 ‘아틀리에 퓌조 드 라벙드’다. 퓌조 만들기 수업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참가비는 65유로(약 9만원)다.
말리지 않은 생 라벤더를 사용해 최대 4년까지 향이 지속된다. 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향으로 남기는 셈이다.
‘살롱 드 프로방스’는 1870~1920년대 기름과 비누를 활발하게 생산하면서 산업도시로 흥했던 곳이다. 2차 산업이 쇠퇴하며 도시의 모습도 많이 변했지만, 1828년 설립돼 5대째 이어져 오는 ‘랑팔 라투르 비누 공장’만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창업주가 최우선 가치로 여기던 장인 정신과 비누 제작 노하우 역시 그대로다. 정사각형의 마르세유 전통 비누에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가 들어간다. 인공 향료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순하고, 단단한 텍스처로 무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남프랑스=박소윤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 so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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