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D램 업체 미국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지났다”고 말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량 D램 수요 확대, 주요 반도체 기업 감산 등의 영향으로 업황이 최악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마이크론은 이날 열린 2023회계연도 3분기(2023년 3~5월) 실적설명회에서 매출 37억5000만달러, 주당 순손실 1.43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매출 36억5000만달러, 주당 순손실 1.59달러보다 긍정적인 수치다.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도 기대 이상이었다. 4분기(6~8월) 매출이 37억~41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균은 39억달러로 컨센서스인 38억9000만달러를 웃돈다.
마이크론의 자신감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감산으로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메로트라 CEO는 실적설명회에서 “감산 비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현재 재고 관리와 공급량 조절에 집중하고 있다”며 “업계 공급과 수요가 점차 균형을 잡아가면서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업황 바닥 탈피 전망의 근거로 꼽았다. 마이크론은 실적설명 자료를 통해 “전통적 서버 수요는 부진했으나 AI용 서버의 메모리 수요가 업계 예상보다 컸다”며 “D램 내 DDR5 출하량 비중도 전분기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고 했다. 주요 고객사인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는 점도 업황 반등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마이크론의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업계에서는 신중론이 여전하다. 경기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PC 판매 부진,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가 쌓아둔 총 60조원 규모의 DDR4 메모리반도체 재고 등이 업황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마이크론이 28일(현지시간) 2023회계연도 3분기(2023년 3~5월) 실적 설명회에서 투자자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공개했다. 주요 원인으로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가 꼽혔다.
마이크론은 실적 설명 자료에 “AI용 서버의 메모리 수요가 업계 예상보다 컸다”고 적었다. ‘생성형 AI 인기→구글 등 대형 테크기업의 AI 서버 투자→서버에 들어가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증가→GPU를 돕는 고용량 D램 주문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수요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HBM 수요가 전년 대비 60% 가까이 급증하고, 내년에는 30%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HBM 시장의 90% 이상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올해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뿐만 아니라 신형 규격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DDR5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인텔이 올초 출시한 영향이다. 최근 사파이어래피즈를 채택한 델, HP 등 서버 기업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DDR5 주문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올 2분기 13% 수준으로 전망되는 DDR5 채택 비율(서버용 기준)이 4분기엔 48%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DDR5 D램은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이 15% 이상 비싸다. DDR5 적용 비율이 올라갈수록 D램 업체 실적에 긍정적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감산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도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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