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분간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면담에서는 기후변화 등의 공동 과제에 대한 방안이 논의됐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또 오 시장의 이번 출장 목적 중 하나였던 도쿄 지역 주요 도심 재개발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는 두 도시의 현안 중 하나인 동경(도쿄)한국학교 확장 문제에 관해 아무런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도쿄 신주쿠구 와카마쓰초에 있는 도쿄한국학교는 초·중·고교 과정을 모두 가르치는 도쿄 내 유일한 비조총련계 한국학교다. 초등학교 720명, 중학교 360명, 고등학교 360명 등 총 1440명이 정원인데 현재 정원을 모두 채워 운영하고 있다.
두 동밖에 없는 건물과 운동장이 너무 낡고 비좁아 재일동포 사회와 주재원 등 현지 한국인들의 숙원은 학교 확장이다. 현지 한 관계자는 “반지하 형태의 교실까지 이용해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교실은 한국보다 훨씬 작은데, 덩치가 큰 고등학생도 한 반에 40명씩 수업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20~30명 수준인 일본의 다른 학교에 비해 ‘콩나물시루’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학교 확장은 9년 전 크게 진전될 수 있었다. 2014년 마스조에 요이치 당시 도쿄도지사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한국학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개포동의 비좁은 일본인학교가 2010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내로 넓게 이전한 상태였으므로, 도쿄 측도 한국학교 확장 약속을 지켜달라고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요청 후 도쿄도는 이치가야상고 부지를 임대해 주기로 해 한국학교 재단과 거의 계약까지 갔지만, 마스조에 지사가 정치 자금 문제로 중도 사퇴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2016년 새 도쿄도지사로 당선된 고이케 현 지사는 두 번째 공약으로 한국학교 부지 유상 임대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극우 세력들이 이 문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점을 노린 공약이다. 한국학교 문제가 단지 학생 복지 차원에서 거론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상징이 돼 버린 것이다. 오 시장과의 면담에서 이 문제를 논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학교 과밀로 최근 주재원 자녀들마저 1~2년씩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고, 거의 입학이 어렵다고 교민사회는 입을 모으고 있다. 현지의 한 교민은 “숨통이 막히는 교실에서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며 해법을 당부했다.
도쿄=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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