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인 제주항공 여객기의 비상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려는 등 난동을 부린 10대 남성이 당시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항공 보안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A군(19)은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인천행 여객기를 타기 이틀 전인 17일 필리핀 세부에 있는 호텔에서 현지인 6명과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폰은 투약 후 체내에서 배출되기까지 최대 10일 정도 소요되며, 이 기간에 투약자에게 지속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
A군은 지난 19일 오전 5시 30분께 필리핀 세부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마약을 투약한 상태로 비상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륙 후 1시간가량 지나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등 이상 행동하며 답답함을 호소했으며, 여러 차례 비상문을 열려다가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에게 제압됐다.
당시 승객 183명이 탄 여객기가 높은 고도에서 비행 중이어서 비상문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는 보통 3km 이상 상공에서는 여객기 내·외부의 기압 차이 때문에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할 수 없다. 이후 제주항공 측은 A군을 결박한 채로 구금했다가 착륙 후 인천공항경찰단에 인계했다.
A군은 지난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을 향해 스스로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며 얼굴을 당당히 노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 때 수사관에게) 여객기 구명조끼 개수는 왜 물어봤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격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문을 열면 위험하다는 것을 몰랐나"는 질문에는 "대한민국 권력층에게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최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A군의 필리핀 내 행적과 마약 구매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고등학교를 중퇴한 A군은 혼자 세부에서 한 달가량 머물다가 귀국하던 중 범행을 저질렀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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