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테슬라의 충전규격인 '북미표준(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미 지역에선 크게 테슬라가 사용하는 NACS 방식과 '결합충전방식(CCS·Combined Charging System)1'을 사용하는데, 폭스바겐은 그간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CCS1을 쓰는 주요 완성차 업체 중 하나였다.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오는 2025년부터 테슬라와의 '충전 동맹' 합류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에는 리비안과 볼보, 폴스타도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폭스바겐까지 협업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테슬라가 자체 구축한 충전소인 '수퍼차저'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하고 다수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정부가 2021년 'EV 충전기 인프라 확대 특별법(NEVI)'을 시행하면서,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에 75억달러(9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테슬라가 세운 충전소라 해도 다른 완성차 업체 차량도 이용할 수 있게 하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폭스바겐까지 테슬라와 손을 잡으면 포드와 GM을 비롯해 글로벌 대표 완성차 업체들 상당수가 테슬라 충전 체계 안으로 편입하게 된다. 테슬라는 충전소 운영으로 이미 연간 800억달러(약 103조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테슬라와 포드, GM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고, 당장 테슬라의 급속 충전소인 '수퍼차저'는 1만9000여개에 달해 미국 내 전체 급속 충전기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열악한 전기차 충전망은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여서, 완성차 업체들로선 테슬라 충전망을 활용하면 전기차 보급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반면 테슬라 충전방식을 택하고 있지 않은 현대차그룹의 북미 판매량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테슬라가 포드·GM과의 충전소 계약 덕분에 충전소에서만 내년부터 2030년까지 30억달러(약 3조9600억원), 2032년까지 54억달러(약 7조1200억원)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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