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게토의 저항자들>은 나치 독일에 저항한 유대인 소녀들의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게토는 유대인 격리지역을 뜻한다. 유대인 여성들의 투쟁은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시기에 그치지 않았다. 책은 해방 이후에도 역사에서 외면당하면서 계속된 그들의 싸움을 조명한다.
저자는 유대인 여성사를 연구해온 주디 버탤리언이다. 그는 2007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게토의 여자들>이란 책을 발견했다. 첩보활동과 물자 조달부터 무장투쟁, 시설 폭파 등 격동적인 저항의 서사가 담겨 있었다. 그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조직적이었다. “왜 난 이들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을까?” 이후 10여 년 동안 연구와 취재를 하고 생존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았다.
저자는 유대인 소녀들을 ‘저항운동의 신경중추’로 꼽는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시망을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처럼 영웅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소녀들은 지하 유인물을 치마 속에 꿰매 넣었고, 곰 인형 속에 권총을 숨겼다. 핸드백 안엔 레지스탕스를 위해 조달하던 수입품이 가득했다. 저자는 “대부분의 연락책은 여성이었다. 유대인 여성들은 할례를 받은 유대인 남성의 신체적 표식이 없었기에 ‘바지 내리기 테스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위험한 상황을 늘 피해 간 것은 아니다. 당시 유대인 격리지역인 게토를 벗어나는 일이 발각되면 즉시 사형으로 이어졌다. 여성 레지스탕스는 매일 게토 안팎을 오가며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늘 웃도록 훈련받았다. 부모와 형제가 고문받고 살해당하는 순간에도 태연하게 행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 활동가는 ‘사라진 유대인’이 됐다. 저자는 “여성들은 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건들의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됐고, 그들의 경험은 역사에서 삭제됐다”고 평가한다.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나라를 잃어 본 한국은 어떨까. 우리 항일운동사에 ‘사라진 여성들’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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