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인중개사협회는 프롭테크를 육성합니다[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7-02 08:00   수정 2023-07-05 13:46

아이오아이 서밋(IOI Summit ; Innovation, Opportunity & Investment Summit)을 아시나요. 미국에서 열리는 부동산 기술 분야의 최고 이벤트입니다.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게 되며, 오는 8월29일부터 30일까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서밋에는 피치배틀(Pitch Battle) 대회가 있는데, 이미 지난달 23일까지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피치배틀은 부동산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업계 최고의 투자자, 부동산 실무자 및 동료 기술자에게 회사와 기술을 선보일 기회를 줄 예정입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IOI 서밋은 미국의 프롭테크협회에서 하는 행사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는 미국 공인중개사협회(NAR: 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가 주최합니다. 이번에 퇴임하는 NAR의 밥 골드버그(Bob Goldberg) 회장은 "혁신은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전례 없는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며 "IOI 서밋의 피치배틀은 투자자와 혁신가를 모아 앞으로 몇 년 동안 소비자와 부동산 전문가 모두가 사용할 리소스, 솔루션 및 서비스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공인중개사협회는 프롭테크를 후원하고 이들의 발전을 위해 벤처캐피털 회사까지 설립했습니다. SCV(Second Century Ventures)가 NAR에서 설립한 벤처캐피털 회사입니다. 이 대회를 주관합니다.

미국의 NAR이나 영국의 NAEA(영국공인중개사협회)의 경우 부동산 기술분야의 발전을 막거나 규제를 주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미국 NAR은 2013년부터 REACH라는 초기 단계 벤처 지원과 육성회사를 만들어 프롭테크 회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미 200개가 넘는 회사가 이 프로그램을 완료했습니다. REACH팀은 1000명 이상의 부동산 경영진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캐나다, 라틴아메리카, 영국 및 호주에서 운영되는 REACH는 멘토, 기업파트너 및 기술기업가로 구성된 글로벌 커뮤니티와 85개국에 걸쳐 100개의 협력 계열사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합니다.

피치배틀을 통해 후보가 된 프롭테크 회사 중에 IOI 서밋의 우승자는 11월에 열리는 NAR 연례회의에서 부스를 차지하게 됩니다. SCV경영진과의 회의도 당연히 갖게 되고, 미국 공인중개사협회 잡지에 회사가 소개됩니다. 2024년 서밋에서 다음 배틀 우승자를 소개하는 혜택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요. 한국의 공인중개사협회는 프롭테크 기업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이 해야 할 일을 빼앗아 간다는 이미지와 더불어 '산업을 잘 모르고 한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프롭테크의 출현을 대기업의 횡포이자 소상공인의 말살 행위라는 잣대로 보기도 합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중개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국민들은 ‘부동산 거래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불만은 물론 개선할 점을 지적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의 부동산 거래는 전근대적인 형태입니다. 이를 달리 얘기하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여지가 많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더 큰 문제는 투명도입니다. 미국의 부동산회사인 JLL에 의하면 한국의 글로벌부동산투명도지수(Global Real Estate Transparency Index, 2022)는 2.49로 28위에 불과합니다. 30위인 중국보다 불과 2계단밖에 높지 않습니다. 투명도에서 가장 나쁘게 평가받은 부문은 'Transaction Process'로 거래 절차입니다. 이 부문에서 순위는 46위로 뚝 떨어집니다. 부동산 거래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기술도입이 절실합니다.

무조건 새로운 기술을 밀어내기만 하면 안 됩니다. 공인중개사들은 지금이라도 부동산중개산업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전세사기와 같은 사건·사고로 공인중개사들의 신뢰가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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