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서울역과 숙대입구역 사이 대로변. 돈가스집 '오제제'가 문을 열었다. 비교적 한산한 곳에 자리 잡은 탓에 지나치는 손님이 많았다. 하지만 이 식당은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육질로 금세 입소문이 났다. 서너 달 만에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을 대표하는 돈가스집으로 명성을 얻었다.
서울 대표 돈가스 오제제를 비롯해 온센, 강가, 샤이바나 등 한국의 맛집들이 서울파이낸스센터로 몰리고 있다. 싱가포르 투자청이 주인인 이 빌딩의 '몸값'은 최근 1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가 퍼지기 전인 2020년 3월 말 이후 3년 만이다. 몸값 상승에 지하 맛집들도 한 몫을 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파이낸스센터의 올해 3월 말 기준 공정가치 합계는 1조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3월 말(9486억원)보다 10.7%(1018억원)보다 상승했다. 이 빌딩 가치가 1조원을 넘어선 동시에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2020년 3월 말(1조457억원) 이후 처음이다.
이 건물 가치는 서울파이낸스센터의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순수익을 바탕으로 빌딩 가치를 산출하는 수익환원법과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적용해 평가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을 통해 산출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자리 잡은 서울파이낸스센터는 2001년 준공된 지하 8층~지상 30층 건물로 블랙록 중국농업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가 많이 입주해 있다.
이 건물은 지하몰 1~3층에 자리 잡은 맛집들로도 유명하다. 오제제와 예능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화제가 된 일본식 튀김덮밥집 ‘온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도 즐겨 찾는 인도 요리 체인식당인 '강가'도 여기서 운영 중이다.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점심 장소다.
최근 몸값이 뛴 것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도심에 자리 잡은 기업들의 재택근무 체제가 해제된 영향이 컸다. 그만큼 사무실 임대료와 빌딩 가치가 뜀박질했다. 글로벌 부동산기업인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오피스 시장의 임대료는 평당 11만31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도 그만큼 높은 평가 수익을 기록 중이다. 투자청은 2000년 유진관광으로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 지분 100%를 355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04년에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강남파이낸스센터 지분 100%를 9300억원에 인수했다. 보유한 서울파이낸스센터 가치는 현재 매입가에 3배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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