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휴일근무 근로자들에게 '대체 휴무일'을 부여했음에도 "휴일수당을 달라"는 소송에 휘말렸다. 대체휴무 도입을 결정하는 '근로자대표'를 근로자들이 직접 뽑지 못했으므로 대체휴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근로자대표 선출 기준이 법에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가 수년째 법 정비를 미루면서 마트업계만 속수무책으로 소송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2일 이마트 소속 근로자 1130명이 이마트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노조 측이 항소한 데다 이런 문제 제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라 대형 마트들은 고민에 빠졌다.
다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대체휴일 도입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근로자 대표란 사업장에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문제는 전국에 산재한 이마트 점포만 150개라 근로자대표를 뽑기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근로자들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고, 근로자위원들끼리 직접 투표를 해서 해당 점포의 근로자대표를 뽑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마트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전사원 근로자대표'는 각 점포의 근로자대표들이 모여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했다.
이마트 측은 이 '전사원 근로자대표'와 합의를 통해 대체휴일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마트산업노조가 간접선거 방식을 문제 삼았다. 전사 근로자대표는 근로자를 전부가 모여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거쳐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뽑히지 않아 정당성이 없는 근로자대표와 회사가 맺은 대체휴일 합의는 무효이므로, 지금까지의 주말·공휴일 근로는 휴일근로로 봐서 미지급 수당을 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트 노조 소속 근로자 1130명은 2021년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휴일 근로수당 50%를 소급해서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자 1명 당 각각 100~200만원씩 청구해 전체 소송가액은 14억원이었지만, 이들이 승소할 경우 전체 이마트 근로자 2만6000명의 '체불임금'은 600억원 규모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사건을 맡은 법원 역시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대표 선정 방법을 정하고 있지 않다"며 입법상 공백을 수긍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대로) 반드시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돼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며 "민주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적절한 방법으로 선출되면 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본사와 점포가 167개나 돼 현실적으로 직접 투표로 뽑기 어려워, 간선으로 뽑았다고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근로자들도 자신들이 뽑은 점포 근로자대표가 전사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선출 과정에서도 사용자의 개입·간섭도 없었다"고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소송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대형마트 인사 담당자는 "우리도 같은 이슈가 제기된 상태"라며 "전국에 점포가 흩어져있는 업종의 특성 탓"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나왔다. 근로자대표가 관여할 수 있는 노동관계법 규정만 7개에 달한다. 사업장에서 활용되는 유연근로제 도입 등도 근로자대표와 합의 사항이다.
심지어 지난 2020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자대표의 선출 방식, 임기 등에 대해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아래 합의한 몇안되는 사항인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대표제를 통해 유연근로제 등 각종 인사제도를 도입한 사업장들이 잠재적 소송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국힘노동개혁특위도 개선작업에 착수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다. 경영계 관계자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거나, 전자투표제 등 물리적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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