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잡겠다며 ‘킬러 문항’을 삭제하는 등 칼을 빼들었지만, 최근 학원가에서는 “사교육비 증가의 핵심 원인이 킬러 문항은 아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대부분의 학생이 노리는 것은 킬러 문항이 포함되는 정시(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이 아니라 수시(내신) 전형이고, 사교육 시장도 이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대입에서도 전체 신입생 10명 중 8명(79.0%)은 수시로 선발된다.
현행 학생부 중심 수시 제도는 당초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조치였다. 정시 전형은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사교육 유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수시 비중이 높을수록 사교육 시장은 커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07년 53.1%였던 수시 비중은 2010년(60.9%) 60%대로 올라섰고, 2017년(73.7%)에는 70%대를 돌파했다. 이후 작년에는 78.0%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고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4조2181억원에서 6조9651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의 이유로는 복잡한 수시 제도가 꼽힌다. 수시 관련 사교육은 내신 대비 학원뿐만 아니라 수시 컨설팅 학원, 논술·구술 대비 학원, 비교과 활동 등으로 세분화된다. 수시 컨설팅비는 3시간 기준 회당 60만~100만원에 달한다. 입시 대비 방향성을 결정하면 전형별로 학원에 다닌다. 통상 7~8월에는 논술 단기 특강이 열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B 논술학원은 회당 9만원에 수업을 진행한다. 시험이 임박해지면 지망 학교별로 수업을 열고 더 비싼 값을 받는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현행 대입 전형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스스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높은 가격에 컨설팅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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