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들을 소집하고,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다시 작성해 3일까지 제출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기재부는 지난 5월 말 취합한 각 부처의 예산 요구안을 토대로 내년 예산안 편성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정부안은 8월 말이나 9월 초 확정돼 국회에 보내진다. 기재부가 전 부처를 대상으로 취합이 끝난 예산 요구안을 재작성할 것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재부의 이번 조치엔 ‘건전 재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우리가 나라를 정상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재정”이라며 “꼭 필요한 부분에만 돈을 쓸 수 있도록 장관들이 예산을 꼼꼼하게 봐달라”고 주문했다. 또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기재부는 각 부처에 윤 대통령이 밝힌 재정 기조에 따라 예산을 ‘재구조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회의에서 불필요한 재정 누수는 줄이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방 및 법 집행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약자 보호 △미래 성장동력 확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4대 분야엔 충분한 예산을 투입할 것을 강조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 효과성과 타당성이 미흡한 예산사업을 중심으로 과감히 구조조정하겠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는 사업과 각 부처 자율 평가에서 낮은 성과를 지적받은 사업 등이 집중적으로 구조조정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등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사업이 적정하게 운영되는지 감사에 들어갔다.
정부 안팎에선 내년 지출 증가율이 올해(5.1%)보다 낮은 3~4%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실화한다면 2016년(2.9%)과 2017년(3.6%) 후 7~8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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