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계 최대 난제 중 하나다. 지구와 달, 태양과 같이 실체가 규명된 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약 5%에 불과하다. 그 외에 관측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우주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흩어지지 않고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은하,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은하와 은하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입한 개념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이를 증명하면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파악하고 종말을 예측할 수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관측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이 약 2조원을 투자해 개발한 우주망원경 ‘유클리드’(사진)가 2일 0시12분(한국시간)께 우주로 향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2500여 명의 과학자가 10여 년간 참여했다. ESA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유클리드를 발사한 뒤 “현대 과학의 가장 강력한 질문 중 하나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클리드는 높이 4.7m, 폭 3.5m의 우주망원경이다. 앞으로 한 달간 더 비행해 지구가 항상 태양의 빛을 가리면서 중력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점에 도달할 예정이다. 지구로부터 약 150만㎞(지구~달 사이 거리의 네 배) 떨어진 곳이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에서 2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물질이다. 암흑물질의 존재는 은하를 관측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은하는 원반 형태 또는 나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은하의 중력만으로는 이런 형태를 유지할 힘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는 별들 사이에 미지의 암흑물질이 있어 은하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미지의 에너지다. 우주 전체 질량에서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는 130억 년 전 ‘빅뱅(대폭발)’으로 탄생한 뒤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하와 은하는 지금도 서로 끊임없이 멀어지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관측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은하의 팽창 속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암흑에너지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유클리드는 중력 렌즈 효과를 이용한다. 물질이 집중된 곳이 돋보기 역할을 하면서 빛이 굴절돼 보이는 현상이다. 유클리드는 2029년까지 최대 20억 개의 은하를 관측한다. 유클리드가 찍은 첫 번째 영상은 오는 10월 공개될 예정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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