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어슷썰기’ 방식으로 재료를 썰면 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조리법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답한 건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과거 비슷한 질문에 교수가 어떻게 답했는지를 참고해 AI가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다. 배화여대는 ‘AI 기반 도제 수업’(사진) 방식을 올해부터 일부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대학가에 AI 열풍이 거세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인 배화여대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대학은 지난 2월 한경e아카데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AICE(AI Certificate for Everyone) 프로그램을 채용했다. AICE는 한국경제신문사, KT가 함께 개발한 국내 최초 AI 교육·평가 도구다. 수준에 따라 △프로페셔널 △어소시에이트 △베이식 △주니어 △퓨처 총 5단계 자격 과정으로 구성됐다.
도입 초기임에도 AICE 프로그램에 120명의 학생이 몰렸다. 학생들은 AICE 베이식 단계와 어소시에이트 단계에 도전했다. 비전공자 100여 명은 상대적으로 쉬운 베이식 단계에, 정보기술(IT) 계열 전공자 20여 명은 한 단계 높은 어소시에이트에 지원했다. 학생들은 5월 말 교육을 마쳐 7월 시험을 앞두고 있다.
교수들도 AI 역량을 높이기 위해 AIC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월 학내 AICE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배화여대 교수 20명이 AICE 베이식 시험에 통과했다. 올여름 20명의 교수가 추가로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배화여대는 연내 교수 80% 이상 AICE 응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화여대가 AICE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올해 배화여대는 디지털 전환(DX)을 5대 핵심 역량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AI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AICE 자격증을 요구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KT, 비씨카드, 현대중공업그룹 등 30여 개 기업이 채용 때 AICE 취득자를 우대하고 있다.
성균관대, 홍익대, 구미대 등도 AICE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AICE 취득을 졸업 요건 중 하나로 지정했다. 홍익대는 1월 동계 특강으로 AICE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구미대는 7월부터 경북지역 전문대 최초로 AICE 자격증 취득 과정을 개설한다.
박혜림 배화여대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은 “AI 열풍으로 학생과 교수진 모두 AICE 프로그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꼭 필요한 AI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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