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 통신사…수익성 지표 주요 50개국 중 47위

입력 2023-07-03 18:11   수정 2023-07-04 00:44


한국 통신사의 수익성이 세계 주요 50개 국가 중 47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업계에선 낮은 수익성의 배경 중 하나로 정부의 가격 통제를 꼽고 있다. 통신망 설치와 유지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늘고 있지만 요금은 외려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최근 해외 통신사들이 일제히 요금을 올리고 있어 수익성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년 연속 한 자릿수 이익률
3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한국은 올 1분기 세계 50개국 통신사 평균 에비타(세금, 이자 등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율 조사에서 27.77%로 47위를 기록했다. 50개국 중 43개국이 에비타 마진율 30%를 넘겼지만, 한국은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1~3위 노르웨이(60.50%), 우크라이나(58.05%), 코소보(52.55%)는 물론이고 18위 캐나다(44.23%), 28위 미국(37.77%)과도 마진율 차이가 컸다.

국내 통신 3사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이후 작년까지 7년 연속 한 자릿수다. 1위 통신사 SK텔레콤은 영업이익률이 2016년 창사 이후 처음 한 자릿수(9%)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SK텔레콤 9.3%, KT 6.6%, LG유플러스 7.8% 등이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가 각각 24.2%와 24.4%의 영업이익률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물가가 오를 때마다 통신비부터 낮추는 정부 정책을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 서비스비 지출은 2016년 월평균 12만4000원에서 지난해 9만9000원으로 6년 새 20.2% 감소했다. 이 기간 이동통신 요금 물가지수도 108.79에서 101.62로 내려갔다.
정부 “통신비 더 내려라”
업계에선 해외 통신사들과의 수익성 차이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과 유럽 통신사들이 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요금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텔레플레이션’ 현상이다. 영국 통신사 BT는 최근 요금을 14.4% 인상했다. 보다폰(9.3% 인상), O2(11.4%), EE(9.3%), 스리(4.5%) 등도 최근 1년 사이 요금을 상향 조정했다. 미국에서도 3대 통신사 중 1위 버라이즌과 2위 AT&T가 지난해 6월 통신비를 올렸다.

한국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5세대(5G) 중간 요금제 신설 등을 주문하며 통신사에 요금 인하를 압박했다. 고를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는 월 10~100GB(기가바이트) 구간의 상품을 다변화해 실질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주요 업체들이 정부의 주문으로 ‘다이렉트 요금제’ ‘청년 요금제’ 등의 브랜드로 종전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정부는 아직 추가 조정의 여지가 남았다는 입장이다. 오는 6일 가계 통신비 인하 종합 대책을 통해 통신사를 재차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새 전기요금이 33%가량 오르면서 데이터센터와 기지국 운영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며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소비자 불신 자초”
통신 3사에 원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5G 중간 요금제를 없애는 꼼수를 동원한 탓에 정부에 요금 압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요구로 가격을 조금씩 내린 것이 독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낮출 수 있던 요금을 그동안 높게 받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얘기다.

알뜰폰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통신 3사의 입지가 좁아진 배경으로 꼽힌다. 비슷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비교했을 때 알뜰폰 사업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통신 3사의 20배 이상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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