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한국시간) 66세의 나이로 US 시니어오픈(총상금 400만달러)에서 우승하며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통산 46승을 올린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사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챔피언스 투어 역대 최다 우승과 최고령 우승 기록을 한번에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하면서다.
랑거가 시니어 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다. 랑거는 이날 우승으로 헤일 어윈(미국)이 갖고 있던 통산 45승을 넘어 최다승의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65세 10개월 5일로 우승컵을 거머쥐며 챔피언스 투어 최고령 우승, US 시니어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앨런 도일·57세 11개월)도 한번에 깼다.
이날 미국 위스콘신주 스티븐스 포인트의 센트리월드G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랑거는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77타로, 스티브 스트리커(56·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번 우승은 랑거가 시니어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12번째 우승이다. 그는 5대 시니어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골프 전설’로 꼽히는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챔피언스 투어는 만 50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는 시니어 투어다. 장년층 이후엔 하루하루가 다르게 유연성과 근육량이 떨어져 나이는 시니어 선수들의 가장 큰 무기다.
그런데 랑거는 66세의 나이로 띠동갑 아래의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총 46승 가운데 13승을 60세 이후에 따냈다. 그는 이날 우승 뒤 “곧 100세가 되는 어머니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전문가들은 유전보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지금의 랑거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키 174㎝인 랑거는 골프를 시작한 이후 체중을 72㎏으로 쭉 유지하고 있다. 근력과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플랭크와 덤벨운동을 한다. 이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랑거는 비거리 평균 251야드, 최고 276야드를 보냈다.
그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랑거는 “나이를 생각하면 분명 나에게 불리하다. 하지만 난 확률이나 종이에 적힌 것들을 따라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용은(51)은 이븐파 284타 공동 9위, 최경주(53)는 1오버파 285타 11위를 기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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