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핵심재료 갈륨 수출 통제"…美 제재 강화에 보복 조치

입력 2023-07-03 23:30   수정 2023-07-04 01:07

중국이 반도체 및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했다. 오는 6~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내린 조치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및 첨단기술 규제가 강화되자 보복 조치를 내놨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3일 “수출통제법 등 관련 조항에 따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규제에 따르면 상무부 허가 없이는 갈륨 및 게르마늄과 그 화합물을 수출할 수 없다. 또 수출업자들은 수입자 및 최종 사용자, 금속 용도에 대해 상무부에 설명해야 한다. 상무부는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품목은 수출 과정에서 국무원에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태양광 패널과 컴퓨터 칩, 야간 투시경과 레이저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금속이다. 중국이 두 금속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갈륨 생산량 43만㎏ 중 중국에서 42만㎏이 생산됐다. 같은 해 게르마늄은 전체 생산량 14만㎏ 가운데 9만5000㎏이 중국에서 나왔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로 향후 전자제품의 생산 비용이 오르는 동시에 첨단기술 개발 경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中 수출통제법 첫 적용…"반도체 놓고 美와 패권 다툼 격화"
중국은 2020년 12월 희토류를 포함한 특정 물품이나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수출통제법을 제정했다. 첨단제품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를 놓고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도입한 법이었다. 제정 후 수출 제한을 단행한 것은 처음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는 미국의 무역 압박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중 반도체 및 첨단기술 수출 규제를 연이어 도입했다. ASML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와 니콘 등 반도체 장비 기업을 보유한 일본의 협력을 얻어냈고, 중국의 이번 규제에 포함된 산화칼륨은 지난해 8월 먼저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이에 중국은 최근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금지하는 등 맞대응을 시작했다. 중국이 두 가지 금속의 수출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희토류까지 통제 대상을 확대하면 미·중 갈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중 직전 중국의 보복 조치를 맞닥뜨린 재닛 옐런 장관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바이든 행정부 장관 중 처음으로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지 3주 만이다. 옐런 장관은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 중국 경제 고위 관료들을 만날 전망이다.

노유정/베이징=강현우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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