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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월가에 불어닥친 신흥국 투자 열기가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미 중앙은행(Fed)과 동행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리 인하가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신흥국에 투자하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신흥국 투자를 결정할 때 신중하라는 조언을 내놨다. Fed가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신흥국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투자은행과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전날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이 신흥국 국채에 투자하라고 제언한 바 있다. 신흥국 통화정책이 Fed와 무관하게 이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신흥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이자율 스와프 등 관련 투자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폴란드, 멕시코 등은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헝가리는 금리를 인하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Fed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주요 신흥국들이 연내 금리인하로 선회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금리스왑(IRS) 리시브(receive)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랐다.
신흥국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캐리트레이드도 활성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개국 신흥시장 캐리트레이드 지수는 올 상반기 5% 상승했다. 2017년 이후 최고치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하며 차익을 거두는 투자방식을 뜻한다.
모건스탠리는 신흥국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쉽사리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되레 Fed가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강(强)달러 현상이 나타나 신흥국 통화가 약세에 빠질 수도 있다는 조언이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 메모를 통해 "낮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신흥국이 통화정책을 전환할 여지가 커졌지만, 이는 곧 실질 금리와 명목 금리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때문에 최종적으로 금리가 어느 수준에 도달할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 정책과 별개로 신흥국 투자가 기본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게 되면 선진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멕시코 등 남미 신흥국 대다수가 미국 경기 회복과 맞물려 경제가 활성화됐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면 이들 국가 통화가치부터 급락하게 된다. 투자 수익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로드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올해 모두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위험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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