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인하 등의 효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그동안 미뤄오던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있다. 올 상반기엔 전국 분양 실적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인 7만5000가구에 불과했지만, 이달에만 약 4만 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져 있고 가격 상승률도 높은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만 연내 17곳 나올 예정이어서 수요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반기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23만4937가구로 집계됐다. 하반기 기준 2016년(26만8298가구) 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7만4597가구로, 2009년(6만8776가구)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16만8127가구)와 비교해도 반토막 수준이었다.
청약률이 높게 나타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면서 건설사들이 하반기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의 상반기 평균 청약 경쟁률은 52.36 대 1에 달한다. 지난달 광주광역시 동구 ‘교대역 모아엘가 그랑데’(12.91 대 1)와 충남 아산 ‘힐스테이트 자이 아산센텀’(17.93 대 1) 등 지방에서도 1순위 청약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낸 단지들이 나오기도 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방은 아직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디지만 자재값과 금융비용 등이 계속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더 이상 분양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최근 분양 물량이 급감한 데 따른 착시효과 측면이 있지만 전국 미분양 주택이 두 달 연속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서도 광명뉴타운의 ‘베르몬트로광명’(3344가구·2구역)과 ‘광명자이힐스뷰’(2878가구·5구역)를 비롯해 4곳의 대단지 아파트가 출격을 준비 중이다. 부산과 광주, 인천, 울산, 충북 청주, 경남 창원에서도 2000가구 넘는 단지가 분양할 예정이다. 부산 남구 ‘대연 디아이엘’이 4488가구로 규모가 크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단지일수록 단지 내 편의시설이 많고 규모의 경제로 인해 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다”며 “소규모 단지에 비해 상승장에선 그만큼 가격 회복 속도가 빠른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2018~2022년) 1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65.4% 상승해 전체 평균(62.59%)을 웃돌았다. 공동주택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의 평균 공용관리비는 ㎡당 1175원으로, 150~299가구 단지(1409원)보다 16.6%(234원) 저렴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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