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에서 만난 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은 “봄부터 시작한 파업이 이례적으로 여름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500여 명은 집중 호우가 예고된 이날 우비·우산 등을 준비했지만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연신 땀을 닦았다.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2주간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16~17일 노숙 집회와 지난달 21일 분신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의 노제 등 잇단 집회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총파업 투쟁 첫날이던 전날 서울의 한낮 기온은 35도까지 치솟았다. 폭염을 참지 못해 집회 참여 조합원 400여 명 중 100여 명은 장소를 이탈했다. 이들은 나무그늘에 흩어져 앉아 더위를 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집회 현장 주변의 커피숍과 편의점 등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집행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코웨이 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여성 A씨는 “노조 간부들이 독려하는데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눈치가 많이 보인다”며 “땡볕을 맞으며 집에서 집회 장소까지 오는 것 자체가 고욕”이라고 하소연했다.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노조의 경우 공사장 내 민주노총 간부들이 집회 참석을 강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 조합원 C씨는 “집회에 자주 참석하지 않는 조합원을 찾아 일감을 빼앗거나 집단따돌림을 하기도 한다”며 “횡포가 무서워 하루 일감을 포기하고 집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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