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EL은 최근 일본 본사와 한국법인 등의 임직원에게 임금 인상안을 개별 통보했다. 기술직군 직원들의 인상률은 연차, 고과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0~2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과급은 일정 수준 줄이기로 했다. 일반직군 직원들은 기술직에 크게 못 미치는 인상률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TEL은 1963년 일본에 설립된 세계 3위권 반도체 장비 업체로 식각, 증착, 세정, 검사 등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장비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이다.
TEL의 기술직군에 대한 임금 우대 정책은 가와이 도시키 최고경영자(CEO)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반도체 인력 쟁탈전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엔지니어 이탈을 막고 외부에서 S급 인재를 끌어오기 위한 의도다. TEL의 초봉(한국법인 기준)은 4700만원 안팎으로 4000만원대 초중반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등보다는 높다. 하지만 5000만원대 초반인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과 5300만원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TEL의 기술직군에 대한 파격적인 임금 인상은 일본이 민관 합작을 통해 ‘반도체산업 중흥’을 꾀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1조엔(약 9조원) 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은 일본 내 연구개발(R&D)·생산 라인 신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도요타, 키오시아,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8개 기업이 공동 출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라피더스를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TEL이 선도적으로 엔지니어의 임금을 크게 올려 반도체산업 종사자의 사기 진작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는 것도 임금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TEL은 올라간 임금을 앞세워 한국 등에서 경력직 채용을 늘릴 계획이다. TEL 한국법인은 식각, 증착, 검사 등 전 사업부문에 걸쳐 인턴·경력 엔지니어를 채용 중이다.
한국 기업들도 기존 인력을 지키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 들어 삼성전자는 IBM 근무 경력이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가 김완기 마스터(임원 대우 엔지니어) 등을 영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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