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좋아요' 때문에…앱스토어서 쫓겨난 다무스 [한경 코알라]

입력 2023-07-05 09:33   수정 2023-07-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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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에서 삭제되는 다무스
다무스(Damus)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윌리엄 카사린(William Casarin)과 그의 팀이 만든 모바일 앱 기반 SNS 서비스다. 언뜻 보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존 SNS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 서비스는 사실 노스트르 기반 앱이다. 노스트르는 “Notes and Other Stuff Transmitted by Relays”(릴레이를 통한 단문 및 기타 자료의 전달)의 약자로 쉽게 설명하면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사용자들간에 단문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SNS 서비스가 배라면 프로토콜은 모든 배들이 떠있는 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스트르는 그 자체가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서비스는 아니지만 그러한 서비스를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일종의 인터넷 표준 규약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무스는 노스트르 기반 SNS 중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로, 애플 아이폰 전용 앱이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이 프로젝트 초창기에 14 BTC(약 5억원)을 기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첫날에만 무려 4만 5천명 이상이 가입했으며 그 이후로도 빠르게 성장해 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는 다르게 그 어떤 형태의 콘텐츠 검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점, 그리고 크리에이터와 일반 사용자들간에 비트코인을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프라이버시와 탈중앙성을 중요시하는 전 세계의 비트코이너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런데 지난달, 애플이 돌연 다무스 앱을 iOS 앱 스토어에서 삭제 조치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내놨다. 자사 가이드라인 3.1.1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애플의 가이드라인 3.1.1은 아이폰 사용자가 앱 내에서 유료 기능을 이용하거나 잠겨있는 콘텐츠를 열기위해 비용을 결제할때는 무조건 ‘인앱 결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아이폰에서 프리미엄 콘텐츠를 구독할때, 게임 플레이 중 아이템을 구매할때, 또는 유료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는 애플이 결제 대상자가 되며, 본인의 iOS 계정에 미리 등록해 놓은 신용카드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

애플은 다무스 앱에서 제공되는 기능 중,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나 다른 사용자를 대상으로 곧장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는 ‘잽(Zap)’이라는 기능이 ‘인앱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억지 주장을 하고있다. 다무스에서 다른 사람이 올린 포스팅에 ‘잽’을 보내는 것은 잠긴 콘텐츠를 열기 위함이 아니라 공감을 표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애플이 근거로 든 3.1.1 가이드라인에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에게 팁이나 기부를 하려는 목적인 경우, 인앱 구매 이외의 메커니즘으로 보낼 수 있다"는 예외조항까지 명시되어 있다.

다무스는 어쨋든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팅 하단의 번개모양 버튼을 없애 콘텐츠별로 ‘잽’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없애고, 사용자 프로필에 직접 들어가야만 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앱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애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다무스가 끝내 애플 iOS의 인앱 결제 도입을 거부한다면 조만간 앱스토어에서 다무스 앱은 삭제될 예정이다.
다무스의 ‘잽’ 기능이란?
‘잽’은 다무스를 여타 다른 SNS와 구별하는 핵심 기능중 하나다. 다무스 앱이 만들어진 토대인 노스트르는 기본적으로 P2P 네트워크다. 이곳에는 고객 계정과 콘텐츠들을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회사가 없다. 모든 콘텐츠와 데이터는 ‘릴레이’라고 불리는 사용자 개개인이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된다. 누구든 자유롭게 텍스트나 이미지를 올릴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보니 광고도 없고 스팸 메시지도 없다. 바로 여기서 ‘잽’ 기능이 중요해진다.

플랫폼 기반 SNS에서 플랫폼 운영사와 크리에이터의 직접적인 수익원은 광고다. 플랫폼 운영사는 기업들로부터 광고를 유치하여 돈을 벌고,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운영사로부터 광고 수익을 나눠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다무스에는 광고를 유치하는 운영사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영리 활동도 P2P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무스 사용자들은 피드를 보다가 특정 콘텐츠에 공감이 가면 번개모양의 ‘잽’ 버튼을 눌러 아주 소액의 비트코인을 후원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돈 100원도 거의 수수료 없이 보낼 수 있다.

100원씩 후원받아서 언제 의미있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막막할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00명을 넘기 전까지는 아예 광고 수익이 나지 않고, 인스타그램도 팔로워가 1만명 이상은 되어야 협찬 광고가 들어온다. 다무스에서 받는 비트코인 후원은 비록 건별로 보면 소액이긴 하지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처음부터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무스에서 ‘잽’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에 공감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좋아요’ 버튼보다 ‘잽’이 선호될 정도다. 현재 노스트르에서 ‘잽’을 통해 오가는 비트코인은 하루에 140 BTC, 원화 가치로 약 56억 원에 달한다. ‘잽’은 기존 SNS에 좋아요나 댓글 남기기보다 훨씬 강력한 ‘피드백 루프’ 형성 방식이다. 콘텐츠 소비자가는 콘텐츠에 대한 공감의 정도를 금액으로 표현하면, 크리에이터는 후원받은 금액 덕분에 더 큰 동기부여가 일어나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크리에이터와 소비자간 직접적인 가치의 맞교환이 일어나는 방식을 ‘Value 4 Value(V4V)’ 경제라 한다.
애플의 조치가 부당한 이유
플랫폼 운영사가 광고 수익을 배분하지 않고 사용자간에 직접 가치의 맞교환이 일어나는 ‘V4V 모델’ 사용 사례는 이미 다양하다. 팟캐스트, 음악 스트리밍, 동영상 제작, 블로그,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이용자간 상호소통 성격을 지닌 거의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채택되고 있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잘 성장하고 있던 V4V 서비스 생태계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애플이 자사 제품에서 다른 결제수단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인앱 결제 사용만 강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30%에 달하는 엄청난 수수료 수익 때문이다. 참고로 구글이 한국 이용자들에게 청구하는 유튜브 프리미엄 공식 구독료는 부가세 포함 10,450원인데, 아이폰에서 결제하면 14,000원이다. 애플이 3,550원의 추가 수수료를 붙이는 셈이다. 특별한 서비스도 아니고 결제 수수료일 뿐인데 30%라니 지나칠 정도로 높다.

애플의 생떼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사람들은 당연히 취약계층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은행 계좌나 페이팔 계정조차 없지만 다무스와 비트코인 덕분에 전 세계를 무대로 크리에이터로서 돈을 벌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이제 무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비단 개도국 국민들에만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무명이라 음원 수입이 없는 인디 가수, 아직 시청자가 적어 수익이 없는 동영상 크리에이터, 해외에서 의뢰를 받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디지털 세상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 모두가 피해자다. 애플 인앱 결제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수입이 줄거나 아예 활동하던 서비스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원래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원하는 정보를 남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은 거대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중간에서 정보의 흐름을 막고 통행세까지 받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발전했다. V4V 서비스 생태계는 이러한 현실의 반작용이다. 중간자가 없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고,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지지하는 데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유일한 탈중앙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은 금상첨화다. 국경을 초월해 금액에 상관없이 즉각적인 V4V 결제를 가능케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전세계로 확장되며, 크리에이터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어 광고 수입에 목을매는 대신 자신만의 독립적인 수익원을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애플의 다무스 앱 삭제 조치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독립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다. 인터넷은 자유롭게 정보가 공유되는 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애플같은 특정 기업이 플랫폼 영향력을 이용해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V4V 서비스는 플랫폼 권력을 분산시키고 인터넷을 다시 자유의 공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다. 사용자끼리 자유롭게 정보와 그에대한 대가를 주고받는 인터넷. 이것이 원래 인터넷의 탄생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방향이며, 비트코인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들이 장벽없이 전 세계를 무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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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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