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곡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슈퍼 엘니뇨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는 상황이 3개월 넘게 지속되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에 하락세를 보이던 곡물가는 이상 기후가 감지되면서 반등세로 돌아섰다.
밀에 투자하는 상품도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25% 이상 떨어졌던 ‘대신 밀선물 ETN(H)’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한달 간 14.14%의 상승률을 보였다.
여러 곡물에 함께 투자하는 ETF들도 반등세다. ‘KODEX 3대 농산물 선물(H)’과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은 6월 각각 6.03%, 4.88% 올랐다. KODEX 3대 농산물 선물(H)는 콩·옥수수·밀 등에,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는 콩·옥수수·밀·설탕 등에 투자하는 ETF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 호주 동남아시아 남미 등의 곡물 생산량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폭염, 폭우, 태풍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보험사들은 벌써 태풍 피해와 관련한 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댐이 폭파됐다는 소식도 곡물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군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지난달 6일 붕괴했다. 카호우카 댐이 있는 드니프로 강변의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한 곳이다.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량이 감소하면 국제 곡물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용 상승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이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정크푸드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식품 기업 중에서는 농심과 오리온 등이 이런 기업으로 꼽힌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더라도 수요가 덜 위축될 수 있는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기회 요인이 많을 것”이라며 농심과 오리온을 ‘톱픽’(최선호주)으로 꼽았다.
▶슈퍼엘니뇨
●정의: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높은 상태로 3개월 이상 지속
●파급 효과: 태풍·고온 현상 등으로 인도·호주·동남아 등 지역의 곡물 생산 감소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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