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5일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놓고 금융권의 시각은 엇갈린다. 모기업인 DGB금융그룹이 지방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하이투자증권)과 보험(DGB생명) 계열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중은행 전환시 서울 등 수도권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분야를 중심으로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업금융, 디지털 시너지 날 것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지방 금융지주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수도권 기업금융’과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투자를 확대해 왔다. 서울 중구 다동에 조성한 DGB금융센터에서는 시니어 기업금융 영업 전문가(PRM)를 영입하고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서울 다동 옛 대우조선해양빌딩에 문을 연 DGB금융센터엔 대구은행 서울영업부와 DGB생명, DGB캐피탈 등 자회사 본사가 집결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올렸다.
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을 재고용하는 PRM 제도를 통해 기업금융 비중도 확대됐다. 2019년 PRM 도입 이후 3년간 대구은행의 수도권 지역 기업대출 증가율은 33.6%에 달한다.
대구은행 모바일 뱅킹 앱인 ‘IM뱅크’ 이용 고객은 올 1분기 말 161만 명으로 2020년 말(94만 명)에 비해 71.3% 늘었다. 같은 기간 IM뱅크 대출금은 6412억원에서 1조2665억원으로 97.5% 급증했으며 예수금도 1조9209억원에서 3조6608억원으로 90.6% 늘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브랜드 마케팅은 고객 증가와 여·수신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기존 IM뱅크 고객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영업망 확대도 기대된다.
체급 다른 5대 은행과 경쟁 쉽지 않을 듯
하지만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몸집 경쟁’이 되겠느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올 1분기말 5대 은행 원화대출금은 국민은행이 326.7조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281.5조원) 하나(274.4조원) 우리(293조원) 농협(269.4조원) 순이다. 대구은행(51조원)의 5~6배 수준에 달한다. 6대 은행인 기업은행도 총 대출액 279.1조원에 달하는 만큼 수도권서 대출 한도와 금리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한 시중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은행업은 자산 등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5대 은행과 체급이 다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원 외에 추가 출점 지역도 마땅치 않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영업구역 확대에 따른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대구은행 영업권역(서울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경기·경남·경북)을 제외한 지방 중 추가로 진출 가능한 곳은 전남과 전북, 충청, 강원 등이다.
하지만 전남(광주은행) 전북(전북은행)은 JB금융그룹 산하 2개 은행이 현지 예금, 대출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충청권도 옛 충청은행을 합병한 하나은행의 텃밭으로 꼽힌다.
사실상 대구은행이 신규 지출할 수 있는 지역은 강원 정도다. 강원이 산업 기반이 취약한 데다 대구은행이라는 사명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강원 지역에서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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