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대 450㎏.
태평양 한복판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Z)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열대우림에서 니켈을 캐낼 때 각각 손실되는 바이오매스(미생물 등 생태계 순환 과정을 구성하는 생물의 총 덩어리) 규모다. 심해 채굴의 생물다양성 파괴 정도가 육상 채굴에 비해 미미하다는 의미다.
이 뿐만 아니다. CCZ의 심해에서는 채굴되는 니켈 1t 당 약 6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인니 열대우림에서는 니켈 1t 당 60t에 달하는 탄소가 뿜어져 나온다. 해저의 고품위 복합광물 단괴에는 육상 광물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금속이 함유돼 있어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도 이를 추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심해 채굴이 육상 채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간)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들을 친환경적·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심해 채굴이 필수적"이라고 보도했다. 친환경 전환 추세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배터리 광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니켈은 대표적인 공급 부족 광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국이 정해둔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매년 4800만t의 니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현재연간 생산보다 약 19배 많은 양이다.
심해저에 매장돼 있는 망간단괴는 폭증하는 배터리 광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해수와 퇴적물에 있는 금속성분이 해저면에서 침전되면서 형성된 망간단괴는 흑갈색의 감자 크기 덩어리들이다. 망간, 니켈, 코발트 등 40여종의 금속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CCZ 해역의 망간단괴에 포함된 니켈만 3억4000만t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추정한 전 세계 육상 니켈 매장량의 3배를 웃도는 양이다. 심해저의 망간단괴가 '바닷속 노다지'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간 심해 채굴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 왔다. 미지의 해저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호주 비영리단체인 민더루 재단의 해양 과학자 토니 워비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심해 생태계는 형성되는 데에만 수천 년이 걸리는데, 너도 나도 채굴에 나설 경우 파괴되는 건 순식간일 것"이라며 "심해 채굴 찬성 세력은 불장난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애드리안 글로버 해양생물학자는 "심해 채굴에 뛰어들기로 한 결정은 과학적인 결정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바이오매스 손실량이나 탄소배출량 등 여러 측면에서 해저 채굴은 육상 채굴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배터리 생산량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필수 광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채굴을 시작해야 한다"며 "해저의 망간단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면 육지 삼림을 지금처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벨기에 심해 채굴 회사인 글로벌씨 미네랄 리소스의 상무이사 크리스 반 니젠은 FT에 "전 세계의 광물 확보 경쟁 때문에 인니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등에서 열대우림 파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심해 채굴은 불가피한 절충안"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은 이미 심해 채굴 전쟁에 뛰어들었다.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과 함께 CCZ 심해 채굴을 준비하고 있는 캐나다 광산기업 더메탈스컴퍼니(TMC)가 대표적이다. 베이징 파이오니어, 차이나 머전트, 차이나 민메탈 등 중국 기업 3곳도 해저 광산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 경쟁 중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는 오는 9일 이후 심해 채굴을 허가하는 면허 발급 절차를 시작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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