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과점 깰 '메기'로…대구은행, 전국구 간판 걸고 등판

입력 2023-07-05 18:55   수정 2023-07-06 02:53


대구은행이 5대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깰 ‘메기 은행’으로 등장한 것은 기존 은행이 업무와 규모를 확대하는 게 신규 은행을 설립하는 것보다 경쟁 촉진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요건상 다른 지방은행의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점도 이유로 꼽힌다. 대구은행은 올해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과 함께 사명 변경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으로 등판한 대구은행이 영업 범위 확대와 조달 비용 절감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과 강원지역에서 5대 은행과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첫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1967년 국내 첫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인가에 필요한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을 모두 충족한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올 1분기 말 기준 6806억원이다. 지분은 DGB금융지주가 100%를 보유하고 있고, DGB금융지주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8.78%), OK저축은행(8%) 등이다.

나머지 5개 지방은행인 부산(9774억원), 경남(4321억원), 전북(4616억원), 광주(2566억원), 제주은행(1606억원)도 자본금 요건은 충족하지만 제주은행을 제외한 4곳은 지배구조 요건을 맞추지 못한다. 부산·경남은행을 보유한 BNK금융지주(부산롯데호텔 등 11.14%)와 전북·광주은행의 모기업인 JB금융지주(삼양사 14.14%)는 산업자본(4%)·동일인(10%) 한도를 초과한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75.31%)가 대주주지만 규모가 가장 작다는 점에서 시중은행 전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기업금융·디지털’ 승부수
DGB금융이 지방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하이투자증권)과 보험(DGB생명)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분야를 중심으로 시너지가 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도 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고객들이 지방은행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브랜드 파워도 개선되고, 자금 조달 면에서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이 2018년 김 회장 취임 이후 지방은행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수도권’과 ‘디지털’에 투자를 확대해왔다는 점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을 재고용하는 기업금융 영업 전문가(PRM) 제도를 통해 수도권 기업금융 비중을 늘려왔다. 2019년 PRM 도입 이후 3년간 대구은행의 수도권 지역 기업대출 증가율은 33.6%에 달한다. 올 들어서는 경기 성남과 인천 등 수도권에 기업 특화 영업점인 금융센터도 열었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 인가를 받더라도 본점은 대구에 둘 것”이라며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우려도 잠재웠다.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점도 대구은행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업점 수가 적어도 과거처럼 고객 확보에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모바일 뱅킹 앱인 ‘IM뱅크’ 고객은 올 1분기 말 161만 명으로 2020년 말(94만 명)보다 71.3% 늘었다. 같은 기간 IM뱅크 대출금은 6412억원에서 1조2665억원으로 97.5% 증가했고, 예수금도 1조9209억원에서 3조6608억원으로 90.6% 늘었다.
○경쟁 구도 어렵다는 지적도
하지만 자산 규모가 5대 은행의 20% 수준인 대구은행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분기 말 5대 은행 원화대출금은 국민은행이 32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우리(293조원), 신한(282조원), 하나(274조원), 농협은행(270조원) 순이다. 대구은행(51조원)보다 다섯 배 이상 많다. 김 회장은 “성숙하고 내밀한 성장이 중요한 만큼 대구은행은 ‘강소은행’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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