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시공'에 신뢰도 추락…GS건설, 5000억 들여 전면 재시공

입력 2023-07-05 18:53   수정 2023-07-06 02:50


GS건설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는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은 부실시공 사태가 회사에 미치는 평판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이미 준공한 아파트에서도 잇따라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표 브랜드인 ‘자이’의 존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태’에 이어 부실시공 리스크가 잇따르면서 주요 건설사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면 재시공 5000억원 이상 들 수도”
GS건설은 5일 장문의 사과문을 내고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판단해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의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재시공 결단을 내렸다고도 강조했다. GS건설 고위 경영진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과거 삼성전자가 애니콜 휴대폰 불량품 15만여 대를 전량 폐기한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안전불감증을 근절하고, 새로운 회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4월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인천 AA13-1, 2블록 안단테 단지로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17개 동, 총 1666가구에 이르는 전체 단지를 재시공하는 데 드는 비용만 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시공 공사비뿐 아니라 철거비와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 상환금 등까지 감안한 비용이다. 전면 철거 및 재시공에 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광주 서구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재시공 비용을 넘어설 것”이라며 “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오르고 있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관련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와 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는 △설계·감리·시공 등의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 미설치 △붕괴 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 관리 미흡 △공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을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철근을 누락하고 부실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GS건설은 “보강근이 결여된 설계를 걸러내지 못한 채 같은 설계사에게 재검토를 의뢰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조경 시공 과정에서 토사를 다룰 때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거나 기타 실수를 저지른 점도 깊이 반성하고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GS건설은 이달까지 전국 83개 현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브랜드 평판 하락 직격탄
GS건설이 사고가 나지 않은 15개 동까지 전면 재시공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은 브랜드 평판 위기가 커지고 있어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검단 아파트 사태에 이어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트 물 고임 현상과 서울역 센트럴파크자이 비내력 기둥 파열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5월 아파트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자이’의 선호도 순위는 연초 3위에서 17위로 곤두박질했다.

평판 리스크가 회사 매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진다. GS건설의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75.9%에 달했다. 국내 건설사 중 주택 비중이 가장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제외하면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강남 등을 중심으로 조합원의 자이 브랜드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주가는 ‘부실 공사’ 의혹으로 52주 신저가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달 30일 1만8640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1월 3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가 1만원대로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1만8030원이었다.

이유정/서기열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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