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걸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어서 컬리(마켓컬리)를 시작했습니다. 고객이 투명한 피드백을 하고 유통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벽배송 시장을 연 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3 컬리 푸드 콘퍼런스'에서 진행한 키노트(기조강연)를 통해 "상품 후기와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는 컬리의 영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속가능한 유통 생태계를 위하여'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를 시작한 만큼 소비자 의견을 기반으로 맛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생산자와 직거래하고, 소비자 목소리에 집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산된 현지에서 먹으면 (농산물의 맛이) 정말 다르다. '왜 이 맛이 나지 않을까'는 질문으로 직매입과 상품 산지 직송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유통산업이 유통사 입장에서 공급하기 좋은 제품 위주로 돌아갔다는 점을 지적한 김 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것은 유통업체인데 소비자가 맘카페(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게 이상했다. 고객이 투명한 피드백을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컬리에는 8년 간 수억개 후기가 쌓였을텐데, 단 하나도 지운 바 없다. 직접 구입하지 않고 쓴 후기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는 직원이 적은 리뷰로 조작 이슈가 불거진 경쟁사와의 비교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위해 대기업뿐 아니라 작은 소상공인도 가리지 않고 상품을 구한 결과, 컬리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96%가 중소기업 제품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 대표는 "생산자야말로 맛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분들"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정말 좋은 상품을 구하러 뛴 결과 96%(2022년 5월 기준)이 중소기업이었다. 그 결과, 입점 파트너사들은 8년 만에 8300%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이같은 방향성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유통 생태계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 업계종사자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유통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015년 새벽배송을 시작한 컬리는 국내 유통업계에 새벽배송 경쟁을 촉발하며 연간 거래액 2조6000억원(지난해 기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1600억원 수준이던 거래액은 열 배가 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2조372억원을 거뒀다. 누적회원수는 1200만명에 달한다.
컬리는 8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 소비자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반소비자 대상으로는 오는 9일까지 오프라인에서 입점사를 소개하는 '푸드 페스타'를, 업계 관계자 대상으로는 오는 8일까지 한국 식품산업의 미래를 짚어보는 '컬리 푸드 콘퍼런스'을 진행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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