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찾은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연산 15만t 규모의 ‘하이퍼 NO’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반입이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천장까지 치솟은 대형 설비들은 가동 준비를 마치고 24만㎡(7만3000평) 크기의 공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포스코는 내년 10월 2단계 준공을 완료해 추가로 연산 15만t 규모의 하이퍼 NO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산 10만t 규모의 포항제철소에 이어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30만t 규모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총 40만t 규모로, 매년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 코어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하이퍼 NO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추세에 맞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력손실이 적은 전기강판일수록 모터 회전속도가 빨라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1조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착공에 나선 배경이다.
이 회사는 하이퍼 NO 두께를 0.15㎜까지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도 갖췄다. 두께가 얇을수록 모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안형태 포스코 투자엔지니어링 하이퍼 NO 능력증대 태스크포스(TF) 팀장은 “포스코의 하이퍼 NO는 일반 전기강판보다 에너지 손실이 30%가량 낮다”며 “현재 국내 철강업체 중 전기강판을 만드는 업체는 포스코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하이퍼 NO를 소둔산세공정(APL)과 압연공정, 소둔코팅공정(ACL) 등 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 제강과 열연을 거쳐 생산된 열연코일은 APL 공정을 거쳐 하이퍼 NO의 기본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APL은 열 연판을 1200도의 고온에서 열처리해 제품 균일성을 확보하고, 열연코일 표면에 잔류한 산화층을 제거하는 설비다. 이후 압연기인 ZRM 설비를 거쳐 길이 방향과 폭 방향의 균일한 두께 품질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ACL 설비를 통해 최종제품 생산이 이뤄진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기가스틸 고도화에 뛰어들었다. 기가스틸을 45% 이상 적용해 기존 차체 대비 차량 무게를 26%가량 줄인 전기차 차체 실증 모델을 최초로 개발했다. 2021년 9월엔 기가스틸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중국 현지 가공센터인 ‘포스코-CSPC’에 기가스틸 전문 복합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건설 중인 연산 90만t 규모의 자동차용 도금강판 공장에도 기가스틸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를 넘어 친환경차 전문 제철소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광양제철소는 820만t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생산해 국내외 주요 자동차 업체와 부품사에 공급했다. 전 세계 자동차 10대 중 1대는 포스코의 강판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는 생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차세대 강종 개발을 가속화해 친환경차 소재 전문 메이커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양=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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