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1920년대 연극계의 주를 이룬 가부키(歌舞伎), 신파극(新派劇) 등의 과장된 연출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적 사건이나 갈등을 부각하기보다 평범한 대화만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묘사했다. 이번에 한국어로 나온 <종이풍선>(1925)과 <옥상 정원>(1926)을 비롯해 60여 편의 희곡을 남겼다. 극장 현대화 운동을 주도하며 수많은 극작가를 양성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희곡을 좋아하는 한국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 일본 최고 권위의 연극상이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물고기의 축제> <허물> 등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수상작 여러 편이 국내에 소개됐다.
하지만 정작 기시다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었다. 그의 희곡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2002년 한·일 연극 교류가 시작된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부에 이동형 연극단 운영을 제안하고, 위원회를 꾸려 이동 극단을 이끌었던 과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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