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개발 시장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PF 대출이 사실상 막혀 주택 사업을 미루거나 매각하는 사업장이 잇따르고 있다. 금리 상승, 공사비 인상, 기존 아파트값 하락이 맞물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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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시장 돈맥경화의 여파는 재무 건전성이 우수한 대형 건설사에까지 미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1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올 상반기 PF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 수준(11조6300억원→4조9600억원)이다. 3곳은 신규 브리지론과 PF 실적이 ‘제로’였다. 비주거 부문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비주거 PF는 삼성물산이 경기 성남시 판교에 엔씨소프트 2사옥 등을 짓는 판교복합개발(7800억원)과 대우건설의 서울 양재동 데이터센터 사업(468억원) 등 세 건에 불과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10위권 밖 건설사와 수도권 외곽 사업의 PF 대출은 사실상 씨가 말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대형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거나 보증기관 보증이 없는 PF 대출은 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어서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의 기준도 문제로 꼽힌다. 한 시행사 대표는 “보증기관이 시공능력평가 톱5 이외 시공사가 참여하는 사업엔 시공사 연대보증, 자금보충확약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행사에도 통상 5% 수준이던 토지비 지분투자 비율을 20%까지 올리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이 ‘될성부른 곳을 살리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의 확정 손실을 뒤로 미루는 데’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성 있는 개발 사업을 지원하겠다며 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한도를 늘렸지만, 리스크 관리 기준은 더 까다롭게 바꾼 게 대표적이다. 올 1~4월 HUG 등 정부 기관이 신규로 지원한 PF 보증 등 정책금융은 900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써야 할 보증예산(5조1000억원)을 지키고만 있는 셈이다.
개발업체는 보통 본 PF 대출을 받아 고금리로 조달한 브리지론을 상환한다. 브리지론 상태에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금융비용을 버티지 못하는 시행사 10곳 중 8곳은 연내 부도가 날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했다. 하서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실 우려 사업장은 매각을 지원하되 정상 사업장은 대출 보증을 확대하고,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정/이인혁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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