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42)가 경찰 감사장과 포상금을 받게 됐다. 올림픽대로에서 택시를 치고 달아나는 음주운전 뺑소니 운전자를 붙잡아서다. 이씨는 포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붙잡은 이씨와 매니저 지병수씨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4일 오후 10시 50분쯤 그의 매니저와 함께 서울 동작구 동작동 올림픽대로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4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치로 나타났다.
이씨는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뺑소니범 검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 강남에서 행사를 마치고 귀가 도중 그는 흰색 옷을 입은 남성이 자신이 탄 차량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음주 운전자 A씨였다. 뒤편으로 나이가 있어 보이는 택시 기사가 쫓아가며 "잡아주세요. 부탁해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택시기사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그는 매니저 지씨와 함께 A씨가 동작대교로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씨 일행과 300m 정도 차이나는 지점이었다. 이들은 A씨를 향해 "서! 어차피 끝까지 갈 거야!"라고 외치며 추격전을 펼쳤다. 그러다 A씨의 소지품이 땅에 떨어졌다. 이씨 일행 쪽으로 돌아와야 했던 그는 망설이다 포기한 듯 가드레일에 앉았다.
A씨는 매니저에게 "근데 누구세요?"라고 질문했다. 지씨는 "그냥 지나가던 시민"이라고 대답했다.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후 "사고가 많이 났나요?"라고 물어봤다고 지씨는 전했다.
택시 기사는 이씨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이씨는 "불의를 보면 못 참아서 그랬다. 괜찮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씨는 "경찰 분들이 진짜 빨리 왔는데, 범인이 난 줄 알더라"고 말했다. 그가 "여기에요. 빨리 오세요"라고 외치자 경찰은 "뭐예요?"라며 취조하듯 물어봤다는 것. 이씨는 순간 '저분 표정이 왜 그러시지?'라고 생각하다 "저 아니에요. 저 아니고, (범인은) 뒤에 있어요"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씨는 "보통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범인이 난 줄 알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내 상황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텐데 내가 해서 이슈되는 것 같아 창피하다"며 "(택시 기사) 어르신의 간절한 목소리가 내 뇌파를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는 경찰 포상금과 해당 유튜브 영상의 수익금 전액을 순직 경찰관 자녀 지원 관련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