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빠르면 이달 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럭셔리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 아래 만들어진 제네시스는 국내외에서 현대차그룹을 고급차까지 만들 수 있는 회사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 5월까지 전 세계 누적 94만6046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최근 판매 추세를 고려하면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에는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는 출시 첫해인 2015년 384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국내외에서 총 21만대 이상 팔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당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제네시스 출범 간담회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고급차 시장이 현대차그룹 전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누적 65만7933대, 해외 누적 28만8133대를 판매했다. 해외 비중이 30%가 넘는다. 특히 올 들어서는 해외 판매 비중이 43%에 달했다. 고급차들의 최대 경쟁 시장인 미국에서 제네시스는 지난해 5만6410대를 팔아 일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4만6619대)를 제쳤다.
제네시스 브랜드 내 차종별로 보면 세단이 62만3802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32만2244대가 팔렸다. 모델별로는 G80 37만759대, GV80 16만360대, GV70 14만3745대, G70 12만6704대, G90 12만6339대, GV60 1만8139대 순이다. GV60이나 GV70 전동화 모델 등 전기차 판매량은 3만1361대였다.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를 걸었던 현대차·기아가 '제값받기' 정책을 통해 제대로 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에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힘이 컸다는 평가다.
1986년 '엑셀'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린 현대차는 일본의 '혼다'와 영문 발음 및 '에이치(H)' 엠블럼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횬다이"라고 불리며 '혼다 짝퉁' 아니냐는 일각의 반응도 나왔었다. 그러면서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차량으로 포지셔닝됐다.
하지만 2016년 제네시스가 미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딜러사에선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어필해 값싼 자동차만을 파는 회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후문. 제네시스 자체적으로도 2020년까지 연간 1만~2만대를 팔았지만 2021년 4만9621대로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미국에서만 5만대를 훌쩍 넘긴 판매량(5만6410대)을 기록했다.
실적에서도 이러한 '제값받기'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에서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쳤다. 특히 제네시스 같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가 크게 늘면서 '얼마나 장사를 잘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9.5%로 폭스바겐(7.3%) GM(6.2%) 도요타(5.3%) 등을 앞질렀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 BMW(9.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 1분기 현대차가 판매한 전체 102만대 가운데서도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비중은 57.8%에 달했다.
제네시스는 향후 전동화 전환과 소비자층 확대를 위해 힘쓴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제네시스의 전기차 차종을 최소 17종까지 늘릴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첫 쿠페형 모델인 'GV80 쿠페'를 새로 투입하는 등 젊은층을 위한 라인업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